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완성차 기업 포드가 맺은 9조6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이 포드 측의 요청으로 해지됐다. 통상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는 계약을 맺을 때 약속한 수량만큼 구매를 하지 않을 경우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조항을 명시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LG에너지솔루션이 포드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보상금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배터리 업계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포드는 전기차 투자를 축소하고 내연기관차를 중심으로 사업 우선 순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비용을 지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포드의 사업 전환 과정에서 2027년까지 200억달러(약 30조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며 "향후 2년 간 현금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50억달러(약 7조5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증권사의 한 배터리 담당 애널리스트는 "포드가 현금으로 지출하는 50억달러에는 장기 공급 계약 파기, 전기차 관련 조직 인원을 정리하는 비용 등이 담겨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전기차 제조 비용의 30%가 배터리라는 것을 감안하면 LG에너지솔루션과의 계약 해지 비용으로 최대 약 15억달러(약 2조2300억원)의 보상금을 잡아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는 지난해 10월 총 2건의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지만, 포드는 지난 17일 이 중 1건을 파기했다. 포드가 해지를 요구한 계약은 2027년부터 2032년까지 6년 간 7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내용으로 해지 규모는 9조6030억원에 이른다.
포드가 LG에너지솔루션과 맺은 계약을 파기하기로 한 것은 계속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과 미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 축소로 사업을 재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포드는 지난 15일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중단하고 하이브리드차와 내연기관차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완성차 업체가 계약한 물량만큼 배터리를 구매하지 않아 보상금을 지급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지난해 상반기 해외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5000억~6000억원 규모의 보상금을 받은 바 있다. 이들 완성차 업체는 목표치만큼 전기차를 팔지 못해 결국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할 때 문서에 계약 해지와 관련된 조항을 담는다"며 "당시 작성한 계약서에 근거해 포드와 보상금 지급 규모에 대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