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이 건설을 추진하는 미국 테네시주 비철금속 제련소를 놓고 영풍과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글로벌·국내 사업의 시너지와 미국의 투자를 강조하는 반면, 영풍·MBK파트너스(영풍 측)는 '전액 채무 보증이 수반된 차입'이라며 재무 부담과 지배 구조 문제를 지적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제공

22일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가 건설된다면 울산 온산제련소를 고도화하는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2000년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호주 썬메탈 제련소(SMC)의 사례를 들었다.

고려아연은 1996년 호주에 SMC 법인을 설립하고 연간 아연괴 19만톤(t)과 황산 32만5000t 생산 능력을 갖춘 제련소를 건설해 2000년부터 본격 가동했다. 당시 온산제련소의 주요 제품 생산 능력은 아연 37만t, 연(鉛·납) 19만t, 은 500t 등이었다.

SMC 가동 이후 재고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게 되면서 온산제련소는 2004년 동 공장 증설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2010년 TSL(Top Submerged Lance) 공장, 2014년 아연전해공장, 2015년 제2 비철단지 등도 준공했다. TSL은 폐기물을 활용해 유가 금속을 회수하는 공법을 뜻한다.

이에 지난해 말 기준 온산제련소의 생산 능력은 아연 64만t, 연 43만t, 은 2500t 등으로 확대됐다. 또 공정 고도화로 반도체용 황산, 친환경 동, 전략 광물 등 생산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미국 제련소를 북미 수요 흡수와 신시장 개척의 중추로 삼고, 온산제련소는 국내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철강·방산 등의 핵심 소재를 우선 공급하는 기지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SMC 가동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미 제련소 건설 과정에서 개발·적용되는 최신 기술과 공정, 운영 시스템도 최적화해 온산제련소에 적용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영풍 측은 이 날 "차입금을 투자로 포장하는 것은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고려아연을 비판하고 나섰다.

고려아연은 미 제련소 건설을 위해 미국 정부와 미국 내 방위산업체 등 전략적 투자자(SI)가 참여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겠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합작법인에 1323억원을 출자해 지분 9.99%를 취득하고, 합작법인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0.6%를 갖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미 제련소 건설을 위한 투자금은 10조9000억원이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포함해 약 3조7100억원을 출연할 계획이다. 또 미 제련소 설립·운영 자회사(Crucible Metals Holdings, LLC)를 설립하고, 이 회사가 지분을 갖는 손자회사를 사업법인으로 설립해 운영한다.

사업법인은 총 투자금 중 나머지인 약 7조1900억원을 차입·지원으로 조달할 방침이다. 미 전쟁부에서 4조4100억원, JP모건 등에서 3조6700억원을 차입하는데 고려아연이 지급보증을 서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이에 대해 미국 측이 제련소 건설에 직접 투자와 금융 지원을 통해 총액의 91%를 책임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미국 측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보너스 감가상각, 저금리 정책금융, 정부 파트너십 강화 등의 혜택도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영풍 측은 채무 보증이 수반된 7조원 규모 차입은 사실상 보증 제공 회사가 직접 차입한 것과 동일한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현지 차입이 모두 실행되면 연 이자 비용만 4800억원에 달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영풍·MBK 관계자는 "미국 제련소 건설의 재무 부담은 결국 고려아연이 짊어지는 구조인데,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 목적의 유상증자를 정당화하기 위해 회사의 재무 현실을 흐리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