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Clarksville) 제철소 투자를 위해 추진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영풍·MBK파트너스(영풍 측)가 신청한 가처분의 법원 판단이 임박하면서 영풍 측과 고려아연의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영풍 측은 21일 공식자료를 내고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과 관련해 최종 합작 계약이 체결되지 않아도 합작법인(JV)이 고려아연 지분 10%를 그대로 보유하게 되는 비정상적인 구조"라고 주장했다.
영풍 측은 JV 투자자들이 체결한 '사업제휴 프레임워크 합의서(Business Alliance Framework Agreement)'에 고려아연이 발행하는 신주의 효력이나 회수·소멸에 대해 어떤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영풍 관계자는 "통상적인 합작 사업에서는 최종계약을 통해 권리와 의무가 명확히 확정된 후 신주 발행이 이뤄지지만, 본 건에서는 신주 발행이 최종계약 체결 전에 먼저 진행돼 계약 성립 여부와 무관하게 JV가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면서 "최종계약이 무산되더라도 고려아연은 지분을 되돌릴 법적 수단을 갖지 못한 채 주주들의 지분만 희석하는 구조가 된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두 건의 공식 자료를 배포하며 영풍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영풍 측의 주장에 대해 "합의서가 2년 이내 최종 계약 체결을 전제로 한 건 늦어도 해당 기간 내에 최종 계약을 체결하자는 '선언'의 의미"라면서 "미국 정부의 긴급한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의 필요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미국 정부가 긴급한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해 고려아연 신주 인수에 수조원을 투입한 상황이지면 고 2년 동안 최종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수 있고 이에 따라 BAFA가 해지될 수 있다는 MBK와 영풍의 주장은 비합리적이며 비상식적이고, 사실도 아니다"라고 했다.
고려아연은 미국 측이 제련소 건설을 위해 투자·지원하는 규모는 전체 사업비의 91%를 책임진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와 전략적투자자(SI)는 크루서블JV에 18억5000만달러를 투자, 미국 정부와 미국 대형 금융기관은 고려아연 미국제련소를 건설하는 크루서블메탈스에 총 49억10000만달러를 금융지원한다는 것이다.
즉, 미국 측이 직접 투자와 금융 지원하는 규모는 67억6000만달러로, 제련소 건설에 투입되는 총 금액 74억달러 가운데 91%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보너스 감가상각(OBBBA) ▲저금리 정책금융 ▲미 정부 파트너십 강화 등 여러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도 언급했다. 고려아연은 미국제련소에서 미국 정부가 지정한 핵심광물 11종을 포함해 총 13종의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영풍 측의 주장을 두고 '명백한 허위'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고려아연 최대주주'라는 영풍 측은 미 제련소 건설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현실적, 비상식적 가정을 토대로 고려아연이 Crucible JV에 어떤 대가도 없이 고려아연 지분 10%를 넘기는 결정을 했다며 비난하고 있다"면서 "오직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에만 혈안이 돼 세계 최대 핵심광물 시장 중 하나인 미국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잃게 만들려는 악의적인 시도"라고 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세계 최대 수요처인 미국 시장을 선점해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중장기 성장 동력을 강화하고 정책·규제 변화 대응력을 향상할 수 있다"면서 "핵심 광물을 국가 안보 자산으로 취급하는 미국 정부 기조에 보조를 맞추면서 사업 안정성도 한층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