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조선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중국 조선사들이 잇따라 생산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로 인해 조선 시장이 향후 다시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조선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중국 조선사인 저장신신저우조선은 이달에 10억위안(약 2100억원) 규모의 스마트 조선소 건설을 시작했다. 지난 9월 타이저우시 당국의 승인을 받은 건으로 2027년 6월 예정대로 완공되면 30만DWT(Dead Weight Tonnage·중량재화톤수)만큼 건조 능력이 늘어난다.

중국의 한 조선소 전경. /조선DB

지난 2022년 한국의 STX그룹으로부터 다롄조선소를 인수했던 중국 헝리중공업은 올 초 '미래 공장' 프로젝트에 착수해 지난 6월 대형 드라이 독(dock·선박 건조 시설) 2곳을 완공했다.

수주 잔량 기준으로 세계 5위 조선사인 중국 양쯔장조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30만t(톤)급 독의 추가 건설에 나섰다. 또 다른 중국 조선사인 뉴타임즈조선도 지난 5월 30만t급 독의 신규 건설 승인을 받았다.

신축되는 중국 조선소들은 대부분 스마트 공장으로 지어지고 있다. 후둥중화조선이 180억위안(약 3조7500억원)을 들여 완공해 지난 5월 공개한 조선소는 5G, IoT(사물인터넷), 로봇 용접 및 빅데이터 시스템 기반의 첨단 작업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조선업체들이 잇따라 시설 확충에 나서면서 중국과 한국의 조선업 규모 차이도 점차 벌어지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조선소 수는 지난 2023년 206곳에서 지난달 217곳으로 늘어났다. 한국 조선소는 지난달 기준 12곳이었다.

세계 조선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는 중국의 글로벌 선박 수주 점유율이 지난 2022년 55.9%에서 2023년 63.8%, 지난해 69.8%로 계속 상승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의 컨테이너선. /바이두 캡처

그러나 조선업계에서는 변동성이 심한 조선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중국 업체들의 시설 확장이 결국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클락슨리서치는 "2027년까지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룰 것"이라면서도 "대규모 신규 조선소 확장이 지속될 경우 2028년 이후에는 공급 과잉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한국 조선사들은 중국과 다른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직접 무리한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해외 조선소와의 합작으로 투자 위험을 분산하고 있는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인도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와 협력했고, 삼성중공업(010140)이 지난 10월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수주한 원유 운반선 3척의 건조를 베트남 조선소에 위탁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조선 시장의 업황이 악화돼 발주가 줄어드는 시기가 오면 중국보다 생산 원가가 높은 한국 조선사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