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26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의 최종 계약을 체결한 후 '팀코리아' 소속 기업들에 낙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첫 주자인 한전기술이 한수원과 1조원대 용역 계약을 맺은 데 이어 두산에너빌리티가 5조원대 주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에는 대우건설, 체코 기업 등이 줄줄이 수주 낭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전기술(052690)은 지난 12일 한수원과 1조2500억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5·6호기의 종합 설계 용역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국내 기업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프로젝트와 관련해 계약 내용을 공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6일에는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한수원과 5조6000억원 규모의 원전 주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체코 원전 프로젝트는 발주사인 두코바니Ⅱ 원자력 발전소(EDU Ⅱ)가 한수원과 설계·구매·시공(EPC)을 포함한 총괄 계약을 맺고, 한수원이 전체 사업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한수원 계약은 원전 종합 설계(한전기술)→주기기 공급(두산에너빌리티)→시공(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보조 기기 공급(체코 현지 기업 예상)→핵연료 공급(한전연료)→시운전 단계 정비(한전KPS) 순으로 이뤄진다.

첫 계약자인 한전기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전 종합 설계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체코 원전 핵심인 원자로 계통, 모든 계통을 포함하는 종합 설계를 맡았다. 한전기술이 설계한 한국형 원전 노형(APR1400)은 이미 UAE 바라카 원전에서 기술력과 안전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엔 APR1000 노형을 건설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의 핵심 동력 장치인 원자로, 증기 발생기, 터빈 발전기 등을 제작해 체코 원전에 공급한다. 체코 현지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에서 터빈 발전기를 제작해 현지화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원전 시공 계약은 내년 1분기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이 시공 주간사를 맡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기기 설치 시공을 맡을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10조원대로 추산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기기 공급에 시공 계약까지 더해지면서 체코 원전에서만 10조원에 가까운 수주 금액을 쌓게 된다.

원전 보조기기의 경우, 내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입찰 공고가 나올 예정이다. 보조기기는 주기기를 제외한 펌프, 배관, 밸브 등 각종 자재를 의미한다. 보조기기는 체코 기업들이 공급할 가능성이 크다. 주기기는 기술 장벽이 있어 현지 기업이 제작·납품하기 어렵지만, 보조기기는 가능하다.

체코 정부는 자국 산업 발전을 위해 원전 건설 과정에서 현지화율 60%를 맞춰달라고 꾸준히 요구해 왔다. 한수원은 현지화율을 높이기 위해 납품을 원하는 현지 기업 대상으로 수차례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두코바니 원전은 2029년 착공 후 5호기가 2036년, 6호기는 2038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두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시공, 연료, 시운전 정비 계약 체결도 준비하고 있다. 다만 각 계약별 일정 순서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상헌 iM증권 부장은 "국내 원전 건설 장점은 정해진 공사 기간과 예산에 맞춰 공사를 마치는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이다. 체코 원전 계약도 순서대로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미국 원전 시장이 열리면, 한미 협력을 기반으로 국내 기업들이 추가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