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연구·개발(R&D) 및 핵심 기술 경쟁력 강화 중심의 인사를 실시했다. 대규모 리더십 혁신으로 근본 체질을 개선하고, 조직 슬림화를 통해 미래 재투자 기회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18일 임원 인사를 통해 만프레드 하러 R&D 본부장과 정준철 제조부문장 부사장이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하러 사장은 지난해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이후 차량의 기본 성능 향상을 주도하고 있다. 짧은 시간 내에 현대차(005380)·기아(000270)만의 브랜드 정체성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하러 사장은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모든 유관 부문과 적극적 협업을 통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성공을 위한 R&D 차원의 기술 경쟁력을 한층 제고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지난 5일 사임한 첨단차플랫폼(AVP)본부 송창현 사장의 후임을 이른 시일 내 선임할 계획이다. 송 전 사장 주도로 구축해 온 SDV 개발 전략 등을 바탕으로 SDV 핵심 기술의 양산을 위해 차세대 개발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하드웨어 영역에서는 제조부문장을 맡고 있는 정준철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제조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구축을 가속화하기 위함이다. 정 사장은 완성차 생산 기술을 담당하는 제조솔루션본부와 수익성과 공급망 관리의 핵심인 구매본부를 총괄하고 있는데, 이번 승진을 통해 소프트웨어 중심의 미래 생산 체계 구축과 로보틱스 등 그룹의 차세대 생산 체계 구축에 주력할 예정이다.
현대차 국내 공장을 총괄하는 국내생산담당 겸 최고안전보건책임자도 새롭게 임명됐다. 제조 기술 엔지니어링에 정통한 현대생기센터 최영일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임명하고, 기술 중심 공장으로의 조직 재편을 맡겼다. 현대차그룹의 마더팩토리인 국내 공장의 위상과 기술력을 공고히 해야 하는 자리다.
성과에 따른 인사도 이뤄졌다. 기아 북미권역본부장 윤승규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이다. 윤 사장은 어려운 경쟁 환경 속에서도 전년 대비 8%가 넘는 소매 판매 신장을 이뤄내며 기아의 글로벌 입지를 높인 성과를 인정받았다. 윤 사장은 본사 미주실장, 미국·캐나다 판매법인장을 역임한 인물로, 비즈니스 전문성과 북미 시장의 인사이트를 보유한 판매 전문가다.
현대차그룹 일부 계열사의 수장도 바뀌었다. 현대제철(004020) 신임 대표이사엔 현대제철 생산본부장인 이보룡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임명된다. 이 신임대표는 30년 이상의 풍부한 철강업계 경험을 기반으로 R&D 분야 내 엔지니어링 전문성뿐만 아니라 철강사업 총괄운영 경험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략적인 대규모 설비·기술 투자 등을 연속성 있게 추진해 나감으로써 현대제철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적임자"라고 했다.
조창현 현대카드 대표와 전시우 현대커머셜 대표도 나란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비우호적 경영 환경에서도 안정적 위기 관리 역량을 통해 성과를 창출한 점이 인정받았다.
2023년부터 현대제철 대표이사를 맡아온 서강현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그룹 기획조정담당으로 이동, 그룹사 간 사업 최적화를 주도하게 된다. 기획조정담당을 겸직하던 장재훈 부회장은 그룹의 전방위적인 미래 사업 및 기술 확보를 위한 그룹 차원의 시너지 제고와 민첩한 실행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장 부회장은 모빌리티·수소 에너지·로보틱스 등 그룹 핵심 미래 사업의 전반적인 추진 방향을 조율하고 사업 간 유기적인 연계를 목표로 관련 부문을 총괄한다.
이번 현대차그룹 인사에서 승진자는 총 219명이다. 사장 승진 4명 외에도 부사장 14명, 전무 25명, 상무 신규 선임 176명 등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239명이 승진한 데 비하면 20명이 줄어든 것이다.
40대 임원 발탁도 이목을 끌고 있다. 현대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인 지성원(47·사진) 전무가 40대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상무 신규 선임 대상자 중 40대의 비율도 지난 2020년 24% 수준에서 올해 절반에 달할 만큼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상무 초임의 평균 연령도 올해 처음 40대로 진입했다. 80년대생 상무로는 조범수(42) 현대차 외장디자인실장과 권혜령(45) 현대건설 플랜트기술영업팀장 등 총 12명이 발탁됐다.
기술 인재 중심 인사 철학도 이어졌다. 전체 승진 대상자 중 30% 가까이가 R&D와 주요 기술 분야에서 발탁·승진한 것이다. 배터리설계실장 서정훈(47) 상무와 수소연료전지설계1실장 김덕환(48) 상무 등 그룹의 핵심 미래 전략과 직결된 부문에서의 인재 발탁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하는 HMG경영연구원 원장에는 신용석(사진)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경제학과 교수가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신 부사장은 글로벌 학계에서 거시경제·경제성장 및 융합형 연구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향후 현대차그룹 내 전략적 인사이트를 제시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