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여수·대산 석유화학 산업단지 중 여수에 있는 기업들이 늦어도 이번 주 금요일인 19일 안에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안을 포함한 구조조정 방안을 정부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다가오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산 산업단지에선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케미칼이 지난달 말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남은 것은 울산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컨설팅 결과처럼 울산·여수·대산에서 각각 정유사 중심의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GS칼텍스는 석유화학 구조조정 방안을 놓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두 회사가 조인트벤처를 세우고 NCC 설비 하나를 폐쇄하는 큰 방향은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GS칼텍스 공장보다 연식이 오래된 LG화학 공장 중 한 곳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LG화학 여수 1공장(120만톤 규모)은 1991년 가동을 시작했다. LG화학 여수 2공장은 80만톤 규모로 2021년부터 상업 가동했다. GS칼텍스의 NCC 설비는 2021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90만톤 규모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1월 26일 오전 전남 여수시 여수산업단지에 소재한 LG화학 산업현장을 방문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함께 현장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 산업통상부 제공

LG화학과 GS칼텍스는 롯데케미칼,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케미칼과 달리 구조조정 방향을 담은 별도의 자료는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협의 내용이 비밀 유지 계약이라 공시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GS칼텍스 지분 50%를 미국 에너지 기업 쉐브론이 가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다만 LG화학과 GS칼텍스가 산업통상부에 석유화학 구조 개편과 관련한 사업재편계획 승인을 신청하면서 구조조정안이 마련됐다는 사실이 알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두 회사는 합작회사 지분과 출자 비중, 향후 감축한 NCC에서 만든 에틸렌 등 기초 유분을 LG화학과 GS칼텍스의 기존 계약자 중 누구에게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수 산단에 있는 또 다른 NCC 업체인 여천NCC 역시 이번 주 안에 구조조정 방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여천NCC의 공동 대주주인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합의안을 만들지는 못했으나, 양사는 이번 주 안에 구조조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했다.

여천NCC 3공장은 지난 8월부터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DL케미칼은 50만톤 규모인 3공장 대신 90만톤 규모인 1·2공장 중 하나를 가동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화솔루션은 "합의 중인 사안"이라며 아직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남은 곳은 울산이다. 울산에선 대한유화가 90만톤, SK지오센트릭이 66만톤, 에쓰오일이 18만톤 규모의 NCC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문제는 에쓰오일이 내년에 180만톤 규모의 샤힌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컨설팅 결과를 반영해 정유사 중심으로 석유화학 업계를 재편하려면 SK지오센트릭 관계사인 SK에너지와 에쓰오일 중심으로 감축이 이뤄져야 하지만, 에쓰오일 입장은 강경하다.

에쓰오일은 샤힌프로젝트는 가동도 하지 않은 신축 설비라 감축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NCC 사업만 하는 대한유화 대신 SK지오센트릭이 NCC 설비를 끄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에선 결국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한 정유 중심, 정부가 업계에 제시했던 감축안이 이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석유화학 전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부는 당초 석유화학 업계에 여수 LG화학 100만톤, 여수 여천NCC 90만톤, 울산 SK지오센트릭 66만톤, 대산 롯데케미칼 100만톤 감축을 제안했다"며 "정부안대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부는 여수와 울산 지역 기업이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이후에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다다음주에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활력법에 따라 기업이 제출한 사업재편계획을 60일 안에 심의·승인한다. 이 과정에서 지원책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