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현대제철(004020)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이보룡 현대제철 생산본부장(부사장)을 내정했다. 미국 현지 제철소 건설 등 중요한 신규 사업을 이끌 적임자로 철강 기술과 생산 부문 전문가인 이 부사장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철강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18일 발표될 인사를 통해 이 부사장을 현대제철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할 계획이다. 서강현 현 대표이사 사장은 현대차(005380) 복귀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사장은 1965년생으로 연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후 현대차그룹의 강관 제조 계열사였던 현대하이스코에 입사했다. 현대하이스코가 2015년 현대제철에 흡수합병된 후에는 현대제철 냉연생산실장, 생산기술실장, 연구개발본부장 등을 거쳤다. 올해 초 판재사업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이 부사장은 지난 7월 생산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제철의 새 대표이사로 이 부사장을 내정한 것은 재무 구조 개선을 통한 수익성 확대보다 철강 사업 자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에게 회사 경영을 맡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산 270만t(톤) 규모의 제철소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6일에는 이에 대한 조치로 포스코와 손잡고 미국 제철소 건설에 총 58억달러(약 8조6000억원)를 투자해 2029년부터 생산을 시작하겠다고 공시했다.
이 부사장은 철강 사업의 구조와 기술력, 생산, 판매 등을 두루 이해하고 있는 만큼 향후 현대제철이 미국에 신규 제철소를 짓고 자동차 강판을 포함한 제품 기술력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또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을 현대차로 복귀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 사장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현대차에 입사해 2013년 경영관리실장(이사대우)으로 임원 생활을 시작한 이후 현대차 회계관리실장(상무), 재경본부장(전무),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 등을 거친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通)으로 꼽힌다.
현대차 재경본부는 현재 호세 무뇨스 사장이 관리하는 조직 안에 있다. 무뇨스 사장은 경영지원본부, HR본부, 재경본부, 브랜드마케팅본부, 국내사업본부, 해외영업본부 등을 총괄한다. 서 사장이 합류한 이후 재무 관련 업무를 나눠 맡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그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