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국적 항공사 조종사노조가 리무진 버스 업체와 인천공항공사에 공항 리무진 버스의 노선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통합항공사가 내년 1월 14일 출범하는 동시에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T2)에 자리를 잡게 되는 만큼, 조종사를 비롯한 승무원과 내국인의 편의를 고려해 리무진 버스가 T2를 먼저 들렀다가 제1여객터미널(T1)로 가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버스업체들은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데다, 기반시설이 추가로 필요한 만큼 인천공항공사가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인천공항공사는 "버스회사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하는 중이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는 지난 달 10일 인천공항공사와 리무진 버스 업체 4곳에 공항버스 노선 변경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리무진 버스가 T2를 우선 경유해 T1으로 가도록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어 대한항공조종사노조도 인천공항공사에 같은 요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각지에서 출발한 공항 리무진 버스들은 제1여객터미널(T1)을 먼저 들른 뒤 T2로 간다. 내년 초 통합 항공사가 출범하게 되면 T2는 주로 국적 항공사가, T1은 주로 외항사가 이용하게 된다. T2에는 통합 항공사뿐만 아니라 에어부산, 에어서울,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주요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도 있다.

지난해 기준 T1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출국한 승객은 446만73명이다. 이를 변경된 터미널 기준으로 계산하면 T2를 통한 출국자 수는 지난해 기준 763만4352명에서 1409만4425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여전히 T1(1769만3075명)보다는 적지만, 내국인 승객들은 T2를 더 많이 찾게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리무진 버스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앞에 정차해있는 모습./조선DB

조종사 노조는 내국인 출국객들의 편의와 함께 조종사·승무원 등 실제 비행에 참여하는 여객 인력들을 고려해서라도 노선 변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승하차 등에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T1에서 T2로 가는 데 20분 이상이 소요된다"면서 "내국인 출국객의 편의성과 장기 운항을 진행하는 조종사·승무원의 업무 강도를 고려하면 적지 않은 시간"이라고 했다.

버스업체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우선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타는 도심과 호텔 위주 노선의 경우 T2를 먼저 들를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있다. A 버스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서울 도심 쪽으로 향하는 노선이 많아 외국인 승객이 더 많은 상황"이라면서 "T1 우선 노선을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또 기반 시설이 없어 T1을 종점으로 삼는 것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는 종점인 T2 인근에 기사들의 편의 시설, 주유·주차 시설 등이 있는데 T1에도 이런 시설이 있어야 노선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다른 버스업체 관계자는 "공항 리무진 버스 노선 변경은 운영 주체인 공사의 요청이 있어야 검토하는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반면 인천공항공사는 한 발 물러나 있는 모양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노선 변경은 버스업체에서 결정해야 하는 사항"이라면서 "버스업체로부터 협의하자는 연락을 받는 적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국인 위주의 일부 노선만 변경하는 대안도 거론된다. 항공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모든 노선을 T2 우선으로 변경할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내국인 승객이 많은 버스업체 위주로 공사의 요청을 통해 변경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