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임원 인사가 임박한 가운데 이용배 현대로템(064350) 대표이사(사장)의 3연임 여부에 그룹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사장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던 현대로템의 수익성과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 모두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그룹 일각에서는 이 사장의 세 번째 연임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지난 2018년 수석부회장으로 취임한 후 7년 간 진행한 경영진의 세대 교체가 완료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가 현대차 부사장과 현대차증권 대표로 일했던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 함께 그룹을 이끌었던 인물들은 대부분 회사를 떠난 상태다. 또 임기 중 현대로템의 담합이 적발되고 국정감사에서 로비 의혹이 터진 것 등은 부담 요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조만간 임원 인사를 통해 이 사장을 비롯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취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2020년 취임 이후 이미 한 차례 연임해 그룹 내 '최장수 CEO'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3년 임기를 다 채우는 일이 흔치 않은 현대차그룹에서 이례적 사례다.

그래픽=손민균

이 사장은 그룹이 맡긴 현대로템 구원투수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로템은 2017년 영업이익이 454억원으로 쪼그라든 뒤 2018년과 2019년 각각 1962억원, 279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룹의 대표적인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며 매각설까지 돌았다.

이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수익성 위주의 강도 높은 내실 경영을 추진했다. 현대로템의 재무 구조를 좀먹던 저가 수주 근절에도 나섰다.

그 결과 취임 첫해부터 82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엔 456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올해도 3분기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50% 급증한 783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이미 지난해 성적을 뛰어넘었다.

여기에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던 철도 사업(레일솔루션 부문) 매출도 현재까지 1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임무도 완수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양호한 실적 덕에 이 사장이 3연임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세대교체 필요성이 연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 사장은 1961년생으로 올해 64세다. 현대차그룹 상장사 12곳에서 이 사장보다 나이가 많은 사장은 없다.

삼성과 SK, LG 등 주요 그룹의 최근 인사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현대차그룹도 최근 종합 광고 대행사 이노션의 CEO로 1973년생 김정아 사장을 발탁했다.

이 사장은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시대 인물이기도 하다. 이 사장은 1987년 정몽구 회장이 이끌던 현대정공으로 입사했다. 이후 현대차에서 2005년 회계관리실장(이사대우)으로 임원을 달았고, 기획조정3실장(부사장), 현대차증권 대표이사(사장) 등을 역임했다. 2010년 정 명예회장이 고(故) 정주영 창업주가 일군 현대가의 모태 기업인 현대건설을 인수할 당시 경영 기획을 담당하며 상당 수준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이 사장의 임기 중 현대로템에 담합과 로비 의혹이 불거진 것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로템은 2022년 국내 열차 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과징금 323억원을 부과받았는데, 이후 담합 사실을 가장 먼저 자진 신고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전액을 면제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대로템과 담합한 나머지 두 회사는 중소기업임에도 각각 148억원, 94억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했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현대로템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현대로템 관련 지원 규모가 대(對)개도국 예산의 24%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국내 사업에서 현대로템과 명태균 간의 로비 정황이 이미 드러난 가운데 해외 수주까지 이어진 것은 아닌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