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잇단 안전사고로 근로자 인명 피해가 발생한 포항제철소의 정상화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올 연말을 목표로 부분 개수 중이던 제3파이넥스(FINEX) 공장을 조기 재가동했다. 내년 초에는 수소환원제철(HyREX) 상용화를 위한 실증설비시설을 착공할 계획이다. 예년보다 빠른 임원인사를 통해 신임 포항제철소장도 공석이 발생한 지 2주만에 임명했다.
15일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포항제철소 제3파이넥스 공장은 지난 9일부터 재가동을 시작했다. 이 공장은 지난해 11월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1년이 넘는 기간 부분 개수를 진행해 왔다. 당초 이달 말 재가동 예정이었지만, 그 시기가 다소 앞당겨진 것이다.
파이넥스(FINEX)는 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혁신 제철 공법이다. 기존 용광로 공법은 부스러기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덩어리로 만들어 주는 소결 공정과 코크스 공정을 각각 거쳐야 했지만, 파이넥스는 이 두 공정을 없애 생산 비용과 환경오염을 대폭 줄였다.
포스코는 올 연말을 기점으로 포항제철소 제2파이넥스 공장 가동은 중단하기로 했다. 제3파이넥스가 연간 생산량이 200만톤(t)인데 반해 제2파이넥스는 150만t에 그치기 때문이다. 파이넥스는 상대적으로 높은 유지관리 비용이 드는데, 제2파이넥스의 경우 설비 규모가 작아 수익성에 부담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포스코는 지난해 장인화 회장 취임 후 철강 부문에서 매년 1조원 이상의 원가 절감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지난해에는 포항제철소 1제강·1선재공장을 폐쇄한 바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제3파이넥스는 생산량이 일정 수준이상이라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됐지만, 제2파이넥스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면서 "제3파이넥스는 부분 개수를 집중적으로 진행해 예상보다 빠르게 재가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포스코는 내년 초 HyREX 실증설비 시설(데모플랜트)을 착공할 계획이다. 설비 시공비용은 총 8500억원으로, 이중 3000억원은 정부가 지원한다. 지난해 6월 산업부가 주도하는 HyREX 실증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착공이 결정됐다.
HyREX는 수소로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환원)해 철을 만드는 방식으로, '무탄소 제철'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 제철 방식이 석탄(코크스)을 환원제로 사용하여 필연적으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면, HyREX는 수소를 사용해 물(H₂O)만 배출한다.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면 이론적으로는 철강 1t 생산 시 2t씩 배출되던 탄소를 없앨 수 있다. 열원으로는 전력을 사용해 전기용융로(ESF·Electric Smelting Furnace)에서 쇳물을 생산한다. ESF는 일반적인 전기로에 성분제어가 가능하도록 추가적인 설계를 더한 설비다.
현재 수소산업은 생산·유통 과정의 높은 비용과 대규모 인프라 구축, 그리고 핵심 기술의 완전한 국산화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 포스코로서도 수소생산 원가를 낮추는 한편,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최대현안이다.
정부는 포스코와 함께 HyREX 실증설비 시설 프로젝트를 정부의 실증사업과 연계해 추진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2028년 이 시설을 가동해 2030년을 목표로 상용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목표 생산량은 30만t이다. 시설의 구체적인 규모는 현재 설계가 진행 중이라 밝혀지지 않았다.
포스코는 올해 임원인사도 지난해(12월 23일) 대비 다소 빠른 지난 5일에 단행해 신임 포항제철소장을 선임했다. 박남식 포항제철소 공정품질담당 부소장이 승진해 소장이 됐다. 지난 11월 20일 포항제철소에서 유해가스 발생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전 소장이 경질됐고. 이희근 포스코 사장이 소장을 겸임해 왔다.
박남식 신임 소장은 지난 9일 포스코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안전, 소통, 혁신, 상생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제철소를 만들겠다"면서 "안전한 제철소를 위해 작업 단계별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했다.
한편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2022년 태풍 힌남노로 인한 침수사태를 겪은 뒤 고전을 거듭해왔다. 당시 모든 고로와 생산시설 대부분이 물에 잠겨 135일간 가동을 중단했다. 피해 규모만 2조원대로 추산됐다.
이후 크고 작은 화재가 잇따랐다. 2023년 12월 제철소내 화재로 고로 3개가 멈춰섰고, 2024년 1, 2월에도 공장 내 통신선, 석탄 운반 시설 등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제3파이넥스 공장에 불이 난 건 2024년 11월이다.
올해 들어서는 3월에는 설비 끼임 사고로 자회사 근로자 1명이 숨졌고, 11월 들어선 유해물질 유출사고가 두 건 연속 일어났다. 지난달 5일 불산 사고로 포스코DX의 협력업체 직업 1명이 사망했고, 20일에는 슬러지(찌꺼기) 청소 작업 중 유해가스가 발생하는 사고로, 3명이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