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소연료전지 지게차가 한 대도 팔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흐름에 정부가 친환경 건설장비 보급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들의 호응이 없는 것이다. 정부는 보조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내년부터 수소연료전지 지게차에 배정했던 보조금을 전기 지게차 지원으로 돌린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인 수소 장비 보급을 위한 대책도 마련한다.
15일 건설기계업계에 따르면 올해 산업통상부가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보조금으로 확보한 예산은 총 19억2000만원(12대)이었다. 대당 1억6000만원에 달하는 수소지게차 정책 지원금이 준비됐지만 집행 건수는 0건이다.
2024년에는 확보된 15대에 대한 보조금 24억원 중 6억4000만원(4대)만 집행됐다. 2023년 두산밥캣(241560)이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수소지게차 가격(2억1000만원)의 75%에 달하는 정부 보조금이 나오는데도 판매 실적이 저조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의 수요가 크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보조금을 줄이기로 했다. 대신 전기 지게차 지원을 그만큼 늘린다. 전기 지게차에 대한 수요가 그나마 더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에 용량이 커진 전기 지게차 출시가 예정돼 있다"면서 "전체 보조금의 3분의2 정도를 신규 출시 전기 지게차로 돌리는 방향으로 배분하려고 한다"고 했다.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보급이 원활하지 않은 배경으로는 부족한 수소 충전 인프라가 꼽힌다. 안전이 중요한 만큼 설치 기준이 까다로워 보급이 어렵다는 게 업계 평가다. 불가능했던 건설기계의 수소 충전이 가능해졌고, 실내 수소 충전소 설치도 가능해졌지만 실제 현장 상황과는 괴리가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충전소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높이 2m, 두께 12㎝의 방호벽을 설치해야 하고 도로까지의 이격거리 규정도 지켜야한다"면서 "수소 지게차를 도입하기 위해 충전소 설치 가능성을 분석해봤으나 결국 포기했다"고 했다.
실내 충전을 포기해도 이용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실내에서 외부로 이동해 충전하는 게 비효율이라서다. 2층 이상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 물류 및 택배 업종에서는 건물 구조적으로 외부 왕래가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입을 검토했던 CJ대한통운과 경동택배 등 택배업체들도 추진을 중단했다.
정부는 현실적으로 설치가 어려운 고정형 수소 충전소 대신 이동형 수소 충전소 시범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예산으로도 이미 최대 70억원이 배정돼 2기를 운영할 방침이다. 수개월마다 새로 생기고 없어지는 건설현장 특성에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수요가 없으니 충전소가 생기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충전소를 구축하는 입장에서도 충전할 차량이 없는데 설치할 유인이 생기지 않는다는 맥락이다.
그럼에도 중대형 건설기계 장비는 수소 기반이 이점이 많다. 큰 출력이 필요하지 않은 소형 장비들은 전기 장비로 충분하지만, 장시간 이용해야 하는 중대형 장비는 '수소의 영역'이 될 거라는 시각이다.
용량이 클수록 무거워지는 배터리와 달리 수소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탱크 크기만 키우면 된다. 충전 속도도 전기식은 몇 시간씩 걸리지만 수소는 5~10분이면 충분하다. 실증을 앞두고 있는 수소엔진이 적용된 기기에 대한 보조금 지급 대상 지정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수소 건설기계 장비 사업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충전소는 지속적으로 늘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기술적으로 기존에 없던 제품과 기술도 개발되고 있는 상황으로 수소의 영역은 분명히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