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마감하는 올해 하반기 육상풍력 발전 입찰의 경쟁률이 저조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발전단가를 낮추겠다는 이유로 발전 사업자들이 받을 수 있는 가격의 상한선을 하향 조정하면서 사업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풍백 육상풍력 발전단지 전경. / 한국서부발전 제공

12일 재생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입찰 상한가를 낮추면 발전단가도 내려갈 것'이라는 논리로 육상풍력 발전의 입찰 상한가를 계속 하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풍력발전은 정부 주도의 '고정가격계약 경쟁 입찰' 제도로 이뤄진다. 정부가 풍력발전 사업자가 생산해 판매하는 전력의 가격 상한선을 정하면 이보다 낮은 가격에 전력을 공급하는 기업만 풍력발전 설치 사업을 할 수 있다. 풍력발전 보급을 늘리면서 사업자 간 경쟁을 통해 전력 공급 비용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입찰 상한가는 정부가 정한 1킬로와트시(kWh)당 고정 가격으로 사업자들이 낙찰 후 20년 동안 받을 수 있는 최고 가격을 뜻한다. 사업자 입장에선 상한가가 오르고 발전단가는 낮출수록 이익이 늘어난다. 이에 상한가를 낮추면 사업자들이 이익을 얻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단가를 낮출 수 밖에 없고 전기요금도 내려갈 것이라는 게 정부의 논리다.

육상풍력 입찰 상한가는 최근 3년 연속 떨어졌다. 정부가 육상풍력과 해상풍력 사업자를 대상으로 고정가격계약 경쟁 입찰을 처음 실시했던 2022년 육상풍력의 입찰 상한가는 kWh당 169.5원이었다. 2023년에는 167.78원으로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165.14원으로 떨어졌다. 올해 상한가는 163.84원으로 제시됐다.

기후부 관계자는 "발전단가를 오는 2030년까지 1kwh당 150원으로 떨어뜨리겠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발전단가가 오르면 전기요금에 전가돼 국민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민간 사업자들에게 발전단가를 낮추겠다는 신호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풍력발전 시공비와 인건비 등이 상승해 발전단가를 낮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입찰 상한가를 낮추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육상풍력 업계 한 관계자는 "풍력 터빈과 같은 기자재 비용은 물론 임금을 포함한 건설·운임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며 "입찰 상한가가 낮아지면서 비용 부담조차 감당하기 힘든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육상풍력 입찰은 최근 2년 연속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 2023년 정부가 공고한 육상풍력 조달 목표 용량은 400MW(메가와트)였지만, 입찰에 응한 업체들이 접수한 총 용량은 379.4MW에 불과했다. 지난해 역시 육상풍력 공고 용량(300MW)보다 접수 물량(199.4MW)이 적었다.

그래픽=정서희

육상풍력 관련 산업도 침체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육상풍력 터빈이다. 지난 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 초반까지만 해도 현대중공업(현 HD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효성중공업, 유니슨 등 여러 업체가 육상풍력 터빈을 제조했다. 그러나 현재 육상풍력 터빈을 만드는 곳은 두산에너빌리티와 유니슨 두 곳 뿐이다.

입찰에 응하는 사업자들이 줄고 산업이 계속 침체될 경우 정부가 제시한 육상풍력 발전 목표를 달성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육상풍력 발전 규모를 6GW(기가와트)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국내 육상풍력 발전량은 지난 2011년 0.4GW에서 지난해 6월 기준 2.3GW로 매년 0.1~0.2GW씩 증가했다. 정부의 목표는 향후 5년 간 육상풍력 발전량을 현재의 약 3배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판매 가격 상한선을 낮추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이를 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정부는 상한가를 낮추는 대신 육상풍력 발전에 필요한 땅을 대규모로 확보해 목표치를 채우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유림에 대규모 부지를 확보하고 환경영향평가 등 주요 인·허가 전차를 간소화해 사업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또 경북 영덕과 영양 등 산불 피해 지역을 대상으로 한 100MW 규모의 풍력발전 시범 사업도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