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Canadian Patrol Submarine Project) 수주를 위해 한국과 독일이 경쟁하는 가운데, 정부와 국내 업체들이 캐나다에 제시할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잠수함 사업은 최대 60조원으로 평가되는 대규모인 만큼 캐나다 측이 요구하는 반대급부의 규모가 크다. 이 협력 방안이 수주전의 승패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되면서 업계에선 이번 사업이 절충교역의 수준을 넘어 '외교'의 영역에 들어왔다고 평가한다.
12일 군 당국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국 정부와 한화오션(042660) 등 국내 업체들은 에너지와 우주·항공, 방위산업, 농·축산물, 첨단 기술, 인프라 등 10여개 분야의 협력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한국과 캐나다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 논의를 했고 현재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폴란드 잠수함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면서 캐나다 사업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10여개 안을 토대로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고 했다.
캐나다 정부와 지속적으로 교감을 하는 건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선 기술이전, 및 현지 생산과 같은 전통적인 방위산업 '절충교역'뿐만 아니라 다른 차원의 협력이 필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캐나다가 전반적인 산업 협력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산업 협력 방안으로는 캐나다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활성화 프로젝트가 거론된다. 캐나다는 미국과 무역 전쟁 국면에서 입을 타격을 축소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시설과 희토류 등 광산, 원자로, 항만, 고속철도 등을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정부는 이들 분야에서 캐나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 검토하는 상황이다.
입찰에 참여하려는 방산업체들과 정부는 입찰제안서(RFI) 마감일인 내년 3월 전 협력 방안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폴란드 잠수함 수주전에서도 한국 측은 폴란드가 훈련용 목적의 잠수함이 필요하다고 보고 막판에 장보고함을 무상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이 제안은 국내 업체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절충교역 대상도 검토되는 중이다. 방산업계에선 캐나다의 항공기나 헬기 구매를 거론한다. 캐나다에는 유명 항공기 및 제트기 제조사 봄바디어(Bombardier)가 있다. 독일은 페가수스 항공 신호 정보 함대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따라 봄바디어의 글로벌 6000 비즈니스 제트기 3대를 도입했고, 추가 도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도 적군의 방공망과 무선 지휘 체계를 마비시키는 전자전기의 기체로 봄바디어의 글로벌 6500을 택했다. 다만 들여오기로 한 건 1대다.
헬기의 경우 캐나다 벨(Bell)이나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 등의 군용·민용 헬기 구입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산불 진화용 헬기 등도 생산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캐나다 내에서도 판매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의 기술로 개조·개발하는 방안도 캐나다 측에 제시할 수 있는 만큼 절충교역 면에서 제시할 수 있는 카드"라고 했다.
아울러 캐나다 또한 잠수함 전력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폴란드 사업 당시처럼 한국군의 퇴역 잠수함 무상 양도가 한국의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캐나다가 잠수함 도입을 결정한 것이 현재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이 퇴역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잠수함 무상제공도 실질적인 협력 방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런 각종 협력 방안들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 입찰에 참여하는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329180)이 제안하긴 어렵다. 정부나 다른 기업의 협조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른 기업들 또한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캐나다 정부 측에서 자국의 현대차(005380) 공장 설립을 한국 정부에 언급했었다. 현대차는 미국 내 공장으로도 북미 시장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업계에는 한국 측에서 내놓을 각종 협력 방안이 특정 기업의 이익으로 귀결돼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민관 협력으로 진행되는 수주전에서 승리할 경우 입찰 업체는 조 단위 이익을 얻지만, 협력에 참여한 기업들의 경우 입찰 업체만큼 혜택을 볼 수 없어서다. 정부 관계자는 "수주 가능성을 높이려면 잠수함 1대 무상제공과 같은 수준의 결단도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