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경제인들이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두 나라가 더 긴밀한 '경제연대'를 구축해 미래 산업 전환,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일본상공회의소와 '제14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한국 측에서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서울상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박승희 삼성전자(005930) 사장, 이형희 SK(034730) 부회장, 각 지역 상의 회장 등 16명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고바야시 켄 일본상의 회장 등 6명의 경제인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양국 상의는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마주한 공통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공동성명에는 ▲인공지능(AI)·반도체·에너지 등 미래 산업 협력 ▲저출산·고령화 공동 대응 ▲문화 교류 확대가 담겼다.
회장단은 AI·반도체·에너지 등 미래 산업이 양국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분야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를 바탕으로 양국은 안정적 투자 환경과 공급망을 공동으로 구축하고, 자유롭고 열린 국제 경제질서 유지를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또 저출산·인구 감소가 양국이 공동으로 직면한 중대한 문제라는 점에 공감하며 해결책 모색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 정부가 관련 협의에 착수한 만큼 민간 부문도 정책·연구 경험 공유 등 실질적 협력 방안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일 경제계는 직항노선 확대로 상호 방문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양국 상의는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경제·관광·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기반을 넓혀 나가기로 했다.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마련된 특별대담에서는 양국 협력의 틀을 경제연대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교수, 유혁 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 대표, 이주인 아쓰시 일본경제연구센터 수석연구원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산업·통상구조의 재편 속에서 두 나라가 기존 방식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한국과 일본이 경제연대를 통해 공동시장으로써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산업 전환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AI·반도체 분야에서는 피지컬 AI 협력과 공동 멀티모달 AI 플랫폼 구축 등 양국이 가진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협력이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단일 국가의 한계를 넘어 한일 공동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국교 정상화 이후 경제협력 60년사를 조명하는 특별전시도 함께 진행됐다. 기술 교류와 글로벌 합작 투자에서 미래 산업에 대한 공동 대응으로 확장된 다양한 협력 사례가 소개됐다.
윤철민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올해 회장단 회의는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으로 협력 분위기가 확산된 가운데 지난 60년의 성과를 돌아보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일경제연대 강화를 위해 일본상의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제15회 한일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는 내년에 일본 센다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