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를 자체 보유할 수 있게 된 국내 방산 업체들이 수출용 무기 체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에어로)는 R&D 목적으로 생산한 보병전투장갑차(IFV)를, 현대로템(064350)은 K2 전차를 활용해 개조·개발과 성능 시험에 나섰다. 방산업체들은 그동안 무기를 보유할 수 없었다. 지난 7월부터 홍보·연구개발(R&D) 목적으로 무기를 자체 보유할 수 있게 됐다.
8일 방산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지난 11월부터 자사 IFV인 '레드백'을 제작해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레드백은 한화에어로가 호주 수출을 위해 K21 보병전투차량을 기반으로 개발한 IFV다.
IFV는 도입 국가별 지형 특성이 다른 만큼 상대국의 요구 성능(ROC)에도 차이가 있다. 다른 부품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분야도 있다. 이번에 생산한 레드백으로 각국의 ROC를 충족하는 기술을 확보하겠단 계획이다.
한화에어로가 레드백을 자체 보유할 수 있게 된 건 지난 7월 4일 통과된 방위사업법 개정안 덕분이다. 그동안 방산 업체들은 납품 일정에 맞춰 무기 체계를 생산해야 했고, 연구·개발 등 목적으로도 무기를 갖고 있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방산업체들이 해외 방산 전시회에 참여하려면 군 당국에서 대여료를 주고 빌리거나 정비 대(代)충용 장비 또는 모형을 전시해야 했다. 대충용 장비는 정비가 필요한 장비가 입고되면, 정비 기간 대신 쓸 수 있도록 제공하는 여분의 장비를 말한다.
업체들이 갖고 있는 장비가 없어 수출에 지장이 생겼던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5월 이라크는 한국과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 8개 포대 도입 협상을 하면서 먼저 3개 포대를 신속하게 보낼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하지만 당시 군의 천궁Ⅱ 전력화가 이뤄지고 있어 단 1개 포대도 보내지 못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당시 연구 목적으로 확보한 물량도 좋으니 보내달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들어줄 수 없어 협상도 늦어졌다"며 "이제는 업체 보유 장비들이 생겨 수출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레드백 외에도 K9A1 자주포와 K9A2 자주포도 생산한 한화에어로는 사람의 도움 없이 장전·발사하는 포탑의 완전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K9A2 자주포의 성능 개량 버전 K9A3부터 무인 운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차륜형 자주포 K9A2를 앞세워 미국 육군의 자주포 도입 사업에 참여한 상태다. 이번에 생산한 K9A2 자주포는 기술개발과 미국 사업 등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로템(064350)도 연구개발 목적의 K2 전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등에서 대여한 전차로 수출용 버전을 개발하고 있지만, 대여한 전차와 실제 제품 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일정 부분 대여료도 들어간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수출 국가에 알맞은 성능을 제안하기 위해 개조·개발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K2 전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은 그간 시제기(성능 시험을 위해 제작한 항공기)로 해외 전시회나 연구·개발에 활용해 왔다. KAI는 연구·개발용 헬기나 전투기를 새로 생산하기보다는 무인기를 연구·개발용으로 제작해 활용할 방침이다.
전투기 등은 이미 정부 소유의 시제기를 활용하고 있어 보유의 필요성이 작지만, 무인기는 다르다. 무장을 단 무인기의 개발과 시험 비행이 가능해진 데다 해외 전시회에도 가져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KAI 관계자는 "자체 보유하게 된 장비를 토대로 차세대 방산물자 개발에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