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470원대를 넘나드는 강(强)달러 추세가 한국 군 당국과 방위산업 업계에 양면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차익이 기대되는 등 방산업계의 수익성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야 하는 군 당국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무기체계는 통상 달러로 거래된다. 달러당 원화 환율이 오르면서(원화 가치 하락) 수출 계약의 원화 환산 매출은 늘어나는 구조다. 국산화율이 높은 업체일 수록 수익성이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에어로)가 지난해 국내 방산 업계 최초로 매출 10조·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던 데에는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 등 지상 방산 분야의 수출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화에어로의 지난해 지상 방산 분야 매출 7조56억원 중 수출은 3조8847억원이었다. 지난해 연 평균 환율은 1363.98원으로, 2023년 대비 약 60원 이상 오르면서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
K2 전차의 납품을 바탕으로 현대로템(064350)도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방산 부문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2조3652억원, 영업이익은 563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각각 49.8%, 254.1% 증가한 수치였다. 방산 부문 수출은 전년 동기(6826억원) 대비 133% 늘어난 1조5917억원이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환율이 높아지면 수익성이 좋아지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이 작년보다 높아진 데다 납품 확대도 예정돼 있는 만큼, 증권가에선 국내 방산업체들의 수익성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올해 1~11월 평균 환율은 달러당 1418원으로 지난해 연평균보다 54원(4.0%) 높아졌다. 한화에어로는 무기체계를 수출하는 국가가 늘어났고, 현대로템도 내년부터 폴란드 2차 계약 물량을 보내야 한다.
이한결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1400원대의 높은 환율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국산화율이 높은 업체들의 실적은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했다. 한화에어로가 만드는 K9 자주포의 국산화율은 86%, 천무는 90%에 달한다. 현대로템 K2 전차 수출용 모델의 국산화율은 84%로 알려져 있다.
반면 고환율 추세가 계속되면 미국산 무기체계를 구매해야 하는 한국 정부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 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담아 지난달 발표된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는 "한국은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 달러(약 37조원)를 지출하기로 했다"는 문안이 포함됐다.
지난 10월 기준 군 당국이 정부 간 거래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계획하고 있는 사업은 총 5건이다. 이 사업의 규모는 약 54억3000만 달러(약 8조원)다. 이 중 올해 말 계약 체결을 예정한 사업은 패트리어트 미사일 2차 성능개량 사업 등 2개로, 19억7000만 달러(약 2조9000억원) 규모다. FMS 사업은 통상 수년에 걸쳐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구조라 환율에 따라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군의 무기 획득 사업이 해외 업체가 군 당군의 특정 무기체계 구매 과정에 참여하는 '상업 구매'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환율 영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