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오현 SM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인 우기원(33)씨가 SM하이플러스 대표직에서 사임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우 전 대표는 지난해 대한해운 부사장직과 SM그룹 해운부문장직에서 물러났고, 개인 회사인 나진 대표직에서도 사임한 바 있다.

SM그룹 안팎에서는 우기원 전 대표를 포함한 우 회장 자녀들이 연이어 주요 계열사 대표직에서 내려오면서 그룹의 승계 시점이 늦춰진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그룹의 핵심 계열사 지분을 우 전 대표와 우 회장이 나눠 갖고 있는 만큼, 우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승계 구도는 그대로인 상황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SM그룹 제공

이날 재계에 따르면 우 전 대표는 지난달 초 SM하이플러스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SM하이플러스의 대표이사직 임기가 2년인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1월 선임된 우 전 대표는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교체된 것이다. 우 전 대표는 회사의 사내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SM하이플러스는 고속도로 하이패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곳으로 SM그룹의 알짜 계열사 중 하나다. 지난해 매출액 3325억원, 영업손실 1737억원을 기록했으나 투자사업 부문에서 발생한 관계기업투자주식처분손실 2258억원이 반영된 일시적 손실의 영향이다. 카드·건설 사업에서는 25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직전 연도 매출액은 2699억원, 영업이익은 342억원을 기록했다.

SM그룹 측은 우 전 대표의 사임 배경에 대해 "확인해 줄 것이 없다"면서 "우 전 대표의 사임이 정기 임원 인사 단행 전에 일어난 것으로 정기 인사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우 전 대표는 2022년 11월 입사한 대한해운에서도 정기 인사와 무관하게 2년 4개월 만에 사임한 바 있다.

우 전 대표는 이번 인사에 따라 그룹 계열사들의 사내이사로만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 우 전 대표는 SM그룹의 지주사 격인 비상장사 삼라마이다스와 대한상선, 신촌역사, SM상선에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울산방송에는 기타비상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 전 대표가 여전히 주요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그룹 내 주요 보직을 맡으면서 '0순위 후계자'로 꼽히던 모습과는 크게 달라지게 됐다. 재계에서는 1953년생인 우 회장이 7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우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승계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던 상황이다.

하지만, 그룹 주요 계열사의 대표직을 맡았던 우 회장의 자녀들이 연이어 직을 내려놓고 있고, 그룹이 우 회장 주도로 인수한 STX건설을 살리는 데 역량을 쏟고 있어 승계 속도가 늦춰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 회장의 차녀인 우지영씨는 에스엠홀딩스와 태초이앤씨(에이치엔이앤씨) 대표직을 올해 인수·합병 과정에서 내려놓았다. 우지영 전 대표 역시 에이치엔이앤씨와 한스인테크 등에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장녀와 삼녀인 연아·명아씨도 삼환기업·삼라농원 등에 사내이사로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룹 승계는 외부 시각과 달리 회장의 의중에 따라 지속해서 변화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자녀들의 경영 수업 역시 회장의 주도적 판단으로 이뤄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이동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우기원 전 대표가 우 회장의 유일한 아들이고 지분 구조 역시 어느 정도 짜여 있는 만큼, 그대로 승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보인다"라고 했다.

실제로 승계를 위한 지분 구도를 보면 여전히 우기원 전 대표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 상황이다. 우 전 대표는 지주사 격인 삼라마이다스 지분을 26% 보유하고 있다. 삼라마이다스는 STX건설, SM벡셀, SM상선, SM화진, 우방, 국일제지, 동아건설산업 등 다수의 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가진 승계 핵심 계열사다. 나머지 지분 74%는 우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한편, SM하이플러스는 신임 대표로 안병현 카드사업본부장(상무)을 선임했다. 안 신임 대표는 롯데카드 출신으로 롯데멤버스 마이데이터TF팀장을 지냈고, 바닐라스튜디오 최고전략책임자(CSO·Chief Strategy Officer)를 거쳐 지난해 SM하이플러스에 영입됐다.

그래픽=손민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