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합쳐진 통합 'HD현대중공업'이 1일 공식 출범했다. 글로벌 1위 대형 조선사와 중형 조선사의 결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기술 초격차를 확보해 급변하는 조선 해양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HD현대는 이날 조선 부문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모든 합병 절차를 완료하고,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새롭게 출범했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양적‧질적 대형화를 통해 2035년까지 매출 37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앞서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는 지난 8월 이사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양사 간 합병안을 의결했다. 이후 9월 공정거래위원회 승인, 지난달 임시 주주총회 찬성 가결을 거쳐 합병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번 합병은 HD현대미포 주주들에게 존속회사인 HD현대중공업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합병 비율에 따라 HD현대미포 보통주 1주당 HD현대중공업 보통주 0.4059146주가 배정됐다.
HD현대는 지난 8월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시장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최첨단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절대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최근 중국과 일본 등 주요 경쟁국이 자국 내 1, 2위 대형 조선사 간 합병을 완료하며 덩치를 키우는 등 가속화되는 시장 재편 흐름에 맞서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풀이된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은 한미 간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 가동을 앞두고 방산 분야에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기존 HD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함정 건조 기술 노하우에 함정 건조에 적합한 HD현대미포의 도크와 설비, 인적 역량을 결합해 생산 효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35년까지 방산 부문 매출을 기존 대비 약 10배 늘어난 10조원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친환경 신기술 선점을 통한 차세대 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낸다. 두 회사의 연구개발(R&D) 및 설계 역량을 결집해 중형선에서 대형선으로 신기술 적용을 확장하고,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시장 확대도 꾀한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북극권 개발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쇄빙선 등 특수목적선 시장에서 양사가 보유한 실적을 통합, 시장 진입 기회를 넓혀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그룹 차원의 해외 사업 재편도 병행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통합 HD현대중공업 출범에 맞춰 조선 부문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투자법인을 싱가포르에 설립할 예정이다. 이 법인은 HD현대베트남조선, HD현대중공업필리핀 등 해외 생산거점을 관리하며 신규 야드 발굴과 사업 협력을 총괄하는 허브 역할을 맡게 된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이날 축하 영상 메시지를 통해 "오늘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날"이라며 "두 회사가 가진 기술력과 노하우에 임직원들의 열정이 더해진다면 새로운 혁신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