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강업계는 캐나다의 자국 철강 산업 보호정책에 대해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보호주의가 확산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1일 "캐나다는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14번째 주요 철강 수출국"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연합뉴스

캐나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한국을 포함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의 철강 저율관세할당(TRQ) 적용 기준을 100%에서 75%로 축소하고 철강 파생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캐나다의 대미(對美) 철강 수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조치다. 캐나다는 기존에 2024년 수입 물량을 기준으로 무역협정 비체결국은 50%, 한국 등 무역협정 체결국에는 100%의 TRQ 적용 기준을 설정해 왔다.

이번 조치를 통해 FTA를 맺은 한국 등 무역협정 체결국의 TRQ 적용 기준이 현행 100%에서 75%로 다시 낮춰진 것이다. 앞으로 한국산 철강제품의 경우 지난해 캐다나 수출량의 75%를 넘어서는 물량에 50%의 관세가 부과된다. 한-캐나다 FTA로 무관세였던 한국 철강 제품에 고율 관세가 매겨지는 셈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작년 캐나다에 약 62만톤(t·7억8000만 달러) 규모의 철강 제품을 수출했다.

미국에 이어 캐나다까지 철강 관세를 확대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은 비상에 걸렸다. 유럽연합(EU)도 철강 저율관세할당(TRQ) 도입을 검토하는 등 수출 장벽이 높아지면서 한국 철강 제품의 수출 여건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중견 철강업체 관계자는 "철강업황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보호무역주의가 글로벌로 확산되면서 철강사들이 미국, EU 이외의 대체 시장을 찾는 것에 제약 요인이 많아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미 중국 철강사들이 중동 시장 등 일부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어 앞으로도 신시장 개척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대형 철강업체들은 미국의 철강 관세 확대에 따른 악영향을 막기 위해 북미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그룹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58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로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날로 심화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빠른 후속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정부와 협력해 국제 경쟁력 강화와 통상 현안을 활발히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캐나다의 자국 철강산업 보호정책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철회를 촉구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박정성 통상차관보는 이날 오전 방한 중인 알렉산드라 도스탈 캐나다 산업부 선임차관보와 캐다나의 철강 산업 보호 정책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박 차관보는 "캐나다의 조치는 통상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면서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기반 무역질서를 지키는 상징이자, 캐나다가 주도하는 '오타와 그룹'의 정신과도 배치된다"고 했다.

이어 "해당 조치가 우리 기업의 캐나다 투자에 심각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면서 "양국 간 잠재적인 경제적·전략적 협력 확대 가능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