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의 해체 작업이 시작된 가운데 발주처인 한국수력원자력과 해체 공사를 이끄는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안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내 원전 역사상 처음으로 원전을 해체하는 것인 데다 이달 초 울산 화력발전소 해체 작업 중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노후 발전소 해체 작업의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과 '고리 1호기 비관리구역 설비 해체 공사' 컨소시엄 주 계약자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달 초부터 산업안전강화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6일 울산 화력발전소 구조물 붕괴 사고 이후 긴급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요 설비 제거 작업 전까지 산업안전강화대책을 만들어 HJ중공업(097230), 한전KPS(051600) 등 컨소시엄 관계자들에게 공유한다는 구상이다. 고리 1호기 해체 작업은 해체 준비→주요 설비 제거→방사성폐기물 처리 및 부지 복원 순서로 진행된다. 현재 해체 준비 상태로, 설비 제거 단계까지 4~5개월 정도 남았다.
고리 1호기 해체 공사 직전에 울산 화력발전소에서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작업 긴장도가 더욱 높아졌다. 울산 화력발전소 해체 시공사를 맡은 HJ중공업은 고리 1호기 해체 공사 컨소시엄에도 들어가 있다. 공사 입찰 자격을 '발전소 해체 경험이 있는' 기업으로 제한하다 보니 소수 건설사가 여러 발전소 해체 작업을 맡고 있다.
고리 1호기 해체 공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울산 화력발전소 사고 이후 HJ중공업은 모든 건설 현장의 공사를 중단하고, 현장을 재점검했다. 10일 간의 점검 이후 사고 현장을 제외하곤 전부 공사를 재개했다.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HJ중공업이 정부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부터 8주간 HJ중공업 본사와 재해 발생 위험이 높은 시공 현장 29개소에 대해 특별 감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산업안전보건법, 근로기준법 등 HJ중공업의 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울산 화력발전소 사고 원인, 법 위반 사항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HJ중공업이 고리 1호기 해체 공사 컨소시엄에서 빠질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건설사가 정부 제재를 받을 경우, 앞으로 입찰하는 과정에서 자격이 제한될 순 있으나 과거 계약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고리 1호기 해체 공사 컨소시엄 계약을 마친 후 울산 화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체 공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리스크를 줄이려고 만든 게 컨소시엄이다. 구조상 컨소시엄 재구성은 어려워 보인다"라면서 "만약 컨소시엄 내 특정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구성원들의 동의, 발주처의 승인을 통해 컨소시엄 지분율을 조정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고 말했다.
1978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40년간의 운영을 마친 후 2017년 6월 영구 정지됐다. 이후 해체 계획서 수립, 규제 기관의 기술 검토·보완 과정을 거쳤고, 지난 7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해체 계획을 최종 승인받았다. 이달 해체 작업을 시작해 2037년 마무리를 목표로 두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산업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고리 1호기 해체 공사가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