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체들이 미국에서 조선 인력 양성 사업을 확대한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조선소 인프라 확충'과 함께 '조선 전문 인력 양성'을 가장 원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는 투자를 진행하면서 사업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다.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010140) 등 국내 주요 조선업체들은 최근 미국 상무부에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제안서는 각 사의 강점과 미국 정부에 원하는 지원 등이 담긴 의견서 형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국내 조선업체 4곳(HD현대중공업(329180)·한화오션(042660)·삼성중공업(010140)·HJ중공업(097230))을 방문한 알렉스 크루츠 미국 상무부 부차관보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의견을 나누고 수요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경남 거제시 조선소에서 한 노동자가 용접을 하고 있다. /뉴스1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 조선사에 가장 원하는 것은 조선소 인프라 투자와 조선업 전문 인력 양성이라고 한다.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선박이 1년에 10척에 불과할 정도로 미국은 선박 건조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현재 아예 선박 건조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인력 양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자재 조달도 어려울 정도라 전반적인 인프라 구축도 원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중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전될 수 있는 게 숙련 인력 양성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기업들도 미국의 요구에 부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미국 미시간대학교와 협약을 맺고 조선업 인재를 육성하고 있는 HD현대중공업은 내년 상반기 현지 조선 인력 트레이닝센터를 설립해 현지인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8월 미국 군함 전문 MRO 조선업체 비건 마린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삼성중공업도 리건, 워싱턴, 캘리포니아, 버지니아 등 비건 마린이 위치한 4개 주를 포함한 미국 전역 중 한 곳에 조선업 숙련공 양성 트레이닝센터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제작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문구가 쓰인 빨간 모자. /뉴스1

지난해 말 인수한 필리조선소에 한국 인력 70~80명을 파견해 공정·운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는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근로자들의 한국 순환 근무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바라는 필리조선소 설비 투자도 진행 중이다. 50억달러(약 7조3700억원)를 투자해 설비를 현대화하고 군함 건조가 가능하도록 설비 고도화도 추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조선업계 생산직 근무자 약 7만명 중 60~70%는 외국인인데 이들을 데려와서 교육하는 시간과 돈이 굉장히 많이 들었다"면서 "미국도 같은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속도가 빠르지 않지만 국내 인력을 현지로 파견 보내서 현장 인력 교육하는 방법을 포함해 다양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