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LG전자와 LG화학 등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동시에 부회장 줄이기 기조를 유지하며 세대교체에 나섰다. 동시에 연구개발(R&D) 인재에 무게를 두면서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에 방점을 둔 인사를 단행했다.
LG그룹은 27일 계열사별로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LG그룹의 부회장은 2인에서 1인으로 줄었다. 이제 부회장은 권봉석 (주)LG 최고운영책임자(COO)만 남았다.
구광모 회장은 2018년 취임 이후 부회장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2018년 당시 부회장은 6명이었으나, 이번 인사로 부회장은 1인만 남는다.
LG그룹은 2023년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의 용퇴 이후 권봉석 ㈜LG COO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2인 체제를 유지했다. 재계에선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조주완 사장은 용퇴했고, 정철동 사장 직책은 변동이 없다.
LG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도 회장이라는 명칭 대신 대표라는 호칭을 쓴다"며 "조직 내 회장, 부회장이라는 호칭을 가진 인물들 대신 대표, 사장을 임명하면서 명칭으로도 젊은 느낌을 주면서 세대교체를 추구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LG전자·LG화학 CEO 젊게 교체
LG그룹은 LG전자·LG화학·디앤오 등 계열사 3곳의 CEO를 교체, 리더를 1960년대 후반~1970년대생으로 젊게 바꾸면서 변화와 혁신에 방점을 줬다.
LG전자는 지난 4년간 CEO를 맡았던 조주완 사장을 대신해 류재철 HS사업본부장을 신임 CEO(사장)에 임명했다. 류재철 신임 CEO는 생활가전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LG 관계자는 "금성사 가전연구소에 입사해 CEO까지 오른 기술 리더"라면서 "가전 사업 글로벌 1등 DNA를 전사에 확산할 인물"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김동춘 첨단소재사업본부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LG화학 CEO로 선임했다. 올해 1월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이뤄진 승진으로 김동춘 CEO는 현재 맡고 있는 첨단소재사업본부장을 겸임한다.
김동춘 CEO는 1996년 LG화학에 입사해 반도체소재 사업담당, 전자소재 사업부장, 첨단소재 사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LG 관계자는 "사업 구조 개편과 신성장 동력을 발굴할 인물"이라고 했다.
공간 전문 서비스 기업 디앤오 신임 CEO로는 이재웅 LG전자 법무그룹장(부사장)이 선임됐다. 이재웅 CEO는 2007년 LG전자 법무팀에 입사한 뒤 LG화학과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에서 법무 책임자를 역임했다. LG 관계자는 "주요 계열사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적임자"라고 했다.
신임 CEO 3인을 선임하면서 LG그룹 CEO 연령도 낮아졌다. 류재철 CEO는 1967년생, 김동춘 CEO는 1968년생으로 전임자보다 젊다. 이재웅 CEO는 1970년생으로 지난 10월 원포인트 인사로 LG생활건강 CEO로 선임된 이선주 사장, LG이노텍 문혁수 사장과 같은 해에 태어났다.
◇ AI·바이오·클린테크 R&D 인재 중용, 미래 대비
LG그룹은 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의 R&D 인재를 중용하는 인사 기조도 이어갔다. LG그룹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선임된 신규 임원 중 25% 이상이 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 R&D 인재다. 올해도 AI·바이오·클린테크에서 전체 승진자의 21%가 배출됐다.
이를 보여주듯 올해 최연소로 승진한 상무, 전무, 부사장은 모두 AI 전문가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김태훈 LG CNS AI클라우드사업부장은 1975년생, 전무로 승진한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1978년생, 상무로 승진한 조헌혁 LG CNS 클라우드데이터센터사업담당은 1986년생이다.
조헌혁 상무는 올해 승진한 최연소 임원이기도 하다. LG 관계자는 "제품과 미래 기술 경쟁이 사업 성과를 좌우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AI·바이오·클린테크 인재에 방점을 뒀다"고 말했다.
LG그룹은 또한 연령과 성별에 상관없이 전문 역량과 미래 성장 가능성에 중심을 두는 성과주의 인사도 시행, 1980년대생 상무도 3명 발탁했다. 조헌혁 상무 외에 1981년생인 김민교 LG화학 전자소재마케팅전략담당, 1980년생인 박정철 LG생활건강 정도경영부문장이 상무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