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한국타이어)의 사업형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000240)가 전기차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차세대 전지 개발 조직을 강화하고, 임원직을 신설해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등 힘을 실어주고 있다.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옥중에서도 신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는 최근 연구개발부문 산하에 있던 '차세대 전지 개발 담당'을 별도 조직으로 독립시켰다. 여기에 임원 자리를 신설해 LG에너지솔루션(373220) 배터리팩 생산 전문가를 담당 상무로 영입했다. 연구개발부문을 이끌고 있는 임원이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상무보라는 점을 고려하면, 차세대 전지 개발에 보다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뉴스1

한국앤컴퍼니는 자체 사업으로 납축 배터리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세방전지와 클라리오스델코에 이어 국내 3위 사업자다. 이 납축 배터리는 주로 내연기관차가 시동을 걸 때 쓰인다. 소모품인 만큼 수요는 앞으로도 일정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최근 미국 관세 등의 영향으로 3분기 영업이익(136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24% 하락하는 등 실적이 악화하고 있어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한국앤컴퍼니는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량 내 전자 장비 시스템이 전기차 등장과 함께 고도화하면서 기존에 쓰이던 납축 배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앤컴퍼니는 저전압 리튬이온 배터리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주전원 배터리와 달리 전기차의 연비와 성능을 높여주는 보조 역할이다. 주행 중 정차 시 시동을 껐다가 출발 직전에 다시 켜 주는 '스톱앤드고' 기능부터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반자율주행 기능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전자 장비를 연비 저하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납축 배터리 기업들도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들어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존 납축 배터리를 프리미엄화해 사업을 유지하면서 리튬이온 배터리에도 함께 중점을 두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앤컴퍼니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글로벌 최대 자동차 부품 전시회 'AAPEX 2025'에서 저전압 리튬이온 배터리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하기도 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에 조 회장의 신사업 확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5월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상태다.

조 회장은 구속 직전 창립 84주년 기념 메시지에서 "프로액티브(앞서서 주도하는) 혁신으로 대내외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가 새로운 질서를 만들자"며 신사업을 독려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임원직 신설, 미래 먹거리 등과 관련된 사안은 총수가 직접 챙기는 사안"이라면서 "조 회장이 직접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조 회장은 1심에서 한국타이어 계열사 자금 50억원을 합리적 채권 회수 없이 개인적 친분이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리한 대표에게 대여해 준 혐의, 한국타이어가 고용한 운전기사에게 자신의 배우자를 전속 수행하게 한 혐의, 사적으로 사용할 차량 5대를 회사 명의로 구입·리스하도록 한 혐의 등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 선고기일은 다음 달 22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