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1조원 규모의 실탄을 들고 미국 사업 확장에 나서는 가운데,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을 필두로 해양 분야 중심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미 조선업 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계기로 전후방 산업 곳곳에 파고들겠다는 계획이다. 현지 조선소 등을 대상으로 한 대형 인수·합병(M&A) 가능성도 거론된다.
25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시스템(272210)과 한화오션(042660), 한화솔루션(009830)은 지난 지난 24일 공시를 통해 각각의 미국 자회사 지분을 추가 매입한다고 밝혔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각각 5162억원, 5020억원을, 한화솔루션이 2853억원을 투입했다.
자회사들은 이렇게 확보한 현금을 신설 법인인 한화디펜스앤에너지에 출자했다. 한화디펜스앤에너지로 모인 자금은 나중에 한화퓨처프루프를 통해 여러 분야에 투자될 예정이다.
한화퓨처프루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한화솔루션이 2023년 미국에 공동 설립한 기업으로,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및 신사업 투자를 맡고 있다.
이번에 투입된 자금 중 한화퓨처프루프 수중에 떨어지는 자금은 1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은 이전부터 한화퓨처프루프를 통해 미국에 투자 중이었지만,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은 이번에 새로 투자자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한화그룹은 이 자금으로 우선 해양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계기로 각종 연관 산업에 진출하는 식이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은 마스가 핵심 거점인 필리조선소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의 중심에 서 있다. 한화시스템은 이번 기회에 미국 해운 사업 진출을 타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은 상선 및 함정에 탑재할 수 있는 각종 운송·보안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에 접목하는 것이 목표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한화퓨처프루프의 기존 투자 영역은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와 액화천연가스(LNG) 인프라, 친환경 에너지, 해운 등이었는데,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의 참여로 해운 분야 투자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상선 및 특수선은 물론, 에너지 발전 사업까지 보유하고 있는 한화오션의 경우 한화퓨처프루프의 모든 투자 방향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퓨처프루프의 사업과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한화오션"이라며 "필리조선소 선박 건조를 비롯해 다양한 부분에서 (한화오션과) 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방산 시장 진입을 위해서도 그룹 역량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아직 미국에서 수주한 경험이 없다. 이에 한화퓨처프루프 사업 영역에 방산을 추가하고,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력 제품의 미국 진출을 타진해보겠다는 것이 한화그룹의 계획이다.
한화퓨처프루프가 대규모 M&A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인수 대상은 조선소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 1억달러(약 1500억원)에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는데, 이후에도 현지 조선소를 추가로 사들일 의향이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언급해 왔다. 한화퓨처프루프가 미국 뉴욕에 있는 본사에서 근무할 M&A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더하는 부분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각 계열사들은 자체 미국 시장 진출에 더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퓨처프루프의 수익까지 나눠갖게 될 것"이라며 "큰 틀에서 미국 시장 진출 및 투자가 전방위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