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종래 UNIST 총장,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20일 경기 성남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조선·해양 산업 AI 기술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최지희 기자

HD현대(267250)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울산대학교 등 학계와 손잡고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의 추격과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조선·해양 분야에서 AI 기반의 초격차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정부도 데이터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하는 등 지원 사격에 나설 방침이다.

HD현대는 20일 오후 경기도 성남 HD현대글로벌R&D센터에서 HD한국조선해양(009540), HD현대중공업(329180), HD현대로보틱스 등 주요 계열사와 UNIST, 울산대 등 5개 기관이 모여 조선·해양 산업 AI 기술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박종래 UNIST 총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박동일 산업통상부 산업정책실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HD현대와 5개 기관은 ▲조선·해양 산업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데이터 생태계 구축 ▲전문 인력 양성 ▲지역 산업 생태계 활성화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조선·해양 분야의 핵심 기술과 노하우가 집약된 데이터를 '디지털 국가 전략자산'으로 전환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는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2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HD현대로보틱스·UNIST·울산대학교 간 '조선·해양 산업 AI 기술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 환영사를 하고 있다./최지희 기자

정 회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요즘 중국을 생각하면 위기감이 들 때가 많다"며 "조선과 같은 전통 산업 기업들은 AI를 중국보다 더 빠르게, 정밀하게 접목해서 제조 현장의 원가도 낮추고 선박의 연비도 개선하는 등 여러 실질적인 결과를 조속히 만들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 선박 건조 현장의 경쟁력은 AI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이번 산·학 기술 동맹이 HD현대의 독자적인 AI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HD현대는 이번 산·학 AI 기술 동맹을 글로벌 1위 수성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삼고,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를 추진하는데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부의 'AI 3대 강국' 도약 목표에 기여하고, 부산·울산·경남 지역 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위해 HD현대는 최근 그룹의 AI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HD한국조선해양 내 전담 조직을 'AIX추진실'로 격상하고, 이를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배치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정부도 이번 산·학 협력을 K-조선 재도약의 기회로 보고 부처 간 벽을 허물며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연구개발의 걸림돌인 규제 해소에 집중한다. 데이터 수집과 활용을 제한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발굴해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하기로 했다.

특히 로봇과 설비를 제어하는 피지컬 AI 개발을 돕기 위해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현장의 방대한 데이터를 원활하게 수집·공급하는 체계(데이터 파이프라인)를 구축해 주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공정에 두루 적용할 수 있는 범용 AI 모델(파운데이션 모델)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울러 UNIST 등 지역 학계가 기업과 협력할 수 있도록 투자와 인프라 첨단화도 지원한다.

산업통상부는 제조 현장의 공정 혁신을 지원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축적된 용접·도장 등 고숙련 작업자의 노하우를 데이터화해 AI 자동화 공정에 적용하는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대형 블록 생산 자동화 ▲야드 내 물류 자동화 등 'AI 자율 운영 조선소'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기술 확보는 제조 AX 협의체인 'M.AX(제조 AX)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업계와 소통하며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배 장관은 "이번 협약은 국내 조선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잡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국가 균형 발전 뿐만 아니라 AI 3대 강국 진입이라는 목표 달성을 앞당기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