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매년 연말에 임직원들에게 제공했던 종이달력과 경영수첩(다이어리)을 제작하지 않기로 했다. 그룹 전 계열사 차원에서 인공지능(AI)의 업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자체 개발한 업무용 AI 비서인 '에이닷 비즈(A. Biz)'를 올해 연말까지 그룹 내 25개 계열사로 확대 적용하고, 관련 조치로 내년부터 종이달력과 경영수첩 배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에이닷 비즈는 SK텔레콤(017670)과 SK(주) AX가 공동 개발한 업무용 AI 비서로 지난 6월 말 정식 출시됐다. 사내·외 정보 검색, 일정 관리, 회의실 예약, 회의록 작성과 같은 다양한 업무를 지원한다.
예를 들어 '내일 오전에 사용할 수 있는 회의실을 확인해줘'라고 입력하면 임직원이 입력해 둔 일정을 고려해 회의실을 조회하고 예약을 해준다. 회의 참석자에게 초대장을 보내고 일정에 반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특정 이슈에 대한 자료를 검토해 자문하고, 회사 관련 뉴스를 모니터링해 정리하는 등 여러 분야의 전문적 업무도 지원한다.
SK그룹 계열사들은 최근 에이닷 비즈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SK텔레콤과 SK(주) AX를 비롯해 SKC(011790), SK네트웍스(001740), SK브로드밴드 등 10개 계열사가 에이닷 비즈를 쓰고 있으며 SK하이닉스(000660)와 SK이노베이션(096770), SK에코플랜트 등도 올해 안에 도입을 완료할 예정이다.
SK그룹은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AI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4회에 걸쳐 'AI 리더십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임직원들은 또 AI 개념 이해, 활용 기술, 최신 AI 활용법 등을 포함한 온라인 과정도 이수하고 있다.
이처럼 SK그룹이 AI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것은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는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AI 전환이 필수적이고, 구성원 개개인이 일상에서 AI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최 회장은 지난 8월 SK서린빌딩에 열린 '이천포럼 2025'에서 "구성원 개개인이 AI를 친숙하게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혁신과 성공을 이룰 수 있다"며 "사람은 창조적이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역할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