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공격적으로 설정한 가운데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저장 장치(ESS) 수요가 증가하면서 배터리 업계가 수혜를 볼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OP30)에서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내용의 '2035 NDC'를 공식 발표했다. 연내 국제연합(UN)에 2035 NDC를 제출할 예정이다.

'인터배터리 2025'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서 관람객이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신차의 40%, 2035년까지 신차 70%를 무공해차(전기·수소차)로 보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수송 부문 감축안 목표치는 60.2~62.8%로 정했다.

지난해까지 국내에 등록된 무공해차는 72만2000여 대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정부 안에 따라 2035년 차량 등록 대수를 2800만대로 가정하면, 34%(952만대)~39.3%(1100만대)가 무공해차가 돼야 한다고 산출했다.

연간 80만대 이상의 무공해차를 팔아야 하는 자동차 업계에선 사실상 내연기관차 퇴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 업계에선 내심 화색이 도는 분위기다. 정부의 무공해차 전환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기차 핵심 부품인 이차전지 수요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배터리 업체들의 가동률은 지난해부터 떨어진 상태다. 3분기 각 회사가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SK온의 평균 가동률은 52.3%, LG에너지솔루션의 평균 가동률은 50.7%로 집계됐다. 2023년 평균 가동률이 각각 87.7%, 69.3%였던 것과 비교하면 각각 35.4%포인트(P), 18.6%P 떨어진 상태다.

ESS 시장이 성장할 환경이라는 점도 호재다. 2035년까지 전력 부문에서 2018년 대비 최소 68.8%, 최대 75.3%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게 목표인데, 이를 달성하려면 석탄 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려야 한다.

태양광, 풍력 등 간헐적인 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수용하고 전력망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ESS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 ESS는 재생 에너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해 전력망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NDC 2035 달성을 위한 정부발 지원도 이어질 전망이다. 차세대 배터리 원천 기술 확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 및 금융 지원 등이 골자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발표한 2023년 기준 기후테크 분야별 R&D 투자 현황에 따르면 전체 연구·개발비(13조4402억원) 중 전기차(64.9%), 이차전지(24.2%) 분야가 대부분을 가져갔다.

다만 한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비율이 적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이 국내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비중은 전체 생산량의 5% 미만이다. 연간 생산 캐파(Capa·생산 능력)는 수시로 변하지만, 대부분은 북미 지역에서 생산한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의 넷제로 산업법(NZIA) 등 정책적 지원에 따라 성장해왔다"면서 "현지에 생산 시설을 지었을 때 세액 공제를 받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연구개발(R&D) 투자에 최대 40% 세액 공제가 적용되지만 수년 뒤에 환급된다. 국내 생산을 늘리려면 추가적인 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