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 106명이 발의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K-스틸법)'에 대한 논의가 오는 19일 국회에서 시작된다. 산업통상부 담당 공무원들과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직접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을 돌며 K-스틸법을 설명하는 등 법안 통과를 위해 막바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업부와 철강업계는 K-스틸법이 이번에도 정쟁에 밀려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할 경우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높은 중견·중소업체들부터 고사 위기에 빠질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18일 철강업계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19일 회의를 열고 K-스틸법을 심의한다. 산자위는 이르면 오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산자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K-스틸법의 조속한 처리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철규 국회 산자위원장(국민의힘)은 전날 통화에서 "철강지원을 위한 법안을 잘 만들어야 한다"면서 "법안소위는 물론 산자위 의원들은 전반적으로 이에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산자위 법안소위원장인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심의할 계획"이라면서 "오는 21일 산자위 전체회의을 열어 의결한 후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법안이 최종 통과된다"고 했다.
산업부 담당 공무원들과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전날 늦은 시각까지 국회에서 의원실 관계자들과 만나 K-스틸법을 설명하고 법안 처리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법안을 발의한 106명의 의원들은 법안의 내용을 알고 있지만, 아직 잘 모르는 의원들도 있다"면서 "이런 의원실을 하나하나 찾아가 법안을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K-스틸법은 철강 수요부진과 저가 철강재 수입 확대, 글로벌 관세장벽 강화 및 탄소중립 압박 강화 등에 따른 철강업계 지원 방안을 담았다. 법안에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국가전략산업 지정 ▲녹색철강기술 지원 및 전환 촉진 ▲불공정 무역 대응 및 시장 보호 ▲산업 구조조정 및 인력 양성 등 실질적 방안들이 포함됐다. 이 법안은 지난 8월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으로 발의했지만, 석 달 넘게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철강업계에서는 조속한 법안 통과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수요 부진과 미국의 관세 영향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1위 철강기업인 포스코는 지난해 경쟁력이 떨어진 포항 1제강공장 및 1선재공장을 폐쇄했다. 현대제철 역시 올해 초 포항 2공장을 폐쇄하는 등 허리띠를 조이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철강 도시인 포항·광양·당진시 등은 도시경제 전반에 타격을 입었다. 포항은 지난 8월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됐다. 중소 철강기업의 줄도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K-스틸법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법안에는 철강업계 구조개편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면서 "정부 주도하에 이뤄지는 사업재편에는 인센티브가 뒤따르는 만큼 K-스틸법 국회 통과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한 여야 대치 상황이 지속되면서 K-스틸법 논의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점이 변수다.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려면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어야 하는데, 여야 갈등 격화로 법사위 회의가 언제 열릴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까지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방안을 두고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차원에서 외압은 없었다면서 '항명'에 나선 검사들에 대한 국정조사를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외압 의혹을 조사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50여명의 의원들은 전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여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 대형 철강업체 관계자는 "여아가 이견 없이 우선 처리를 하기로 한 법안인데도 지난 석 달간 논의가 되지 않았다"면서 "정쟁 때문에 경제 법안까지 발목 잡히는 상황이라 아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