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한화오션

한화오션이 3년째 신규 수주가 끊긴 해양플랜트 사업을 재정비한다. 해양 설비와 육상 플랜트·풍력 단지를 각각 맡아온 두 부문에서 올해 770억원대 적자가 누적되자, 역량을 한데 묶어 '에너지 플랜트' 사업부문을 신설했다. 플랜트 설계부터 조달·시공까지 전체 공정을 일원화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쪼그라들었던 해양플랜트 사업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해양·육상 플랜트·풍력 통합… 부진 사업 재정비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이달 기존 해양 사업부문(OBU·Offshore Business Unit)에 E&I(Energy&Infrastructure) 사업부문을 흡수 통합해 에너지 플랜트 사업부문(EPU·Energy Plant Unit)으로 재편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해양 사업부문은 해양플랜트(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 해상 구조물, 해상풍력 설치선(WTIV) 등 바다 위 설비를 만들던 조직이다. E&I 사업부문은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후 그룹 내 플랜트·해상풍력 기능이 이관돼 구축된 조직이다. 정유·발전소 등 육상 플랜트와 해상풍력 단지 개발을 맡아왔다.

두 조직을 하나로 묶은 EPU 사업부문은 기존 해양사업부 수장이자, 한화오션이 지난해 해양플랜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부에서 영입한 필립 레비 사장이 이끈다.

두 사업부는 모두 수주 가뭄을 겪고 있다. 2023년 5월 한화오션이 공식 출범한 이후 대형 FPSO 등 핵심 해양 설비 신조 계약은 사실상 끊긴 상태다. 올해 기대를 걸었던 브라질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의 FPSO 입찰도 발주처가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수주 공백은 더 길어졌다.

해양 사업부문과 E&I 사업부문은 올해 들어서만 총 772억원의 적자를 냈다. 해양 사업은 수주 부진으로 3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64% 급감한 1024억원에 그쳤고, FPSO 사고 관련 일회성 비용 등 원가 부담까지 겹치며 3분기에만 48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E&I 사업부문도 3분기 누적 손실이 315억원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의 이번 통합이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이어진 해양플랜트 사업의 구조적 부담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연 100억달러(약 14조원)가 넘는 해양플랜트 수주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호황기에 따낸 프로젝트들이 2014년 유가 폭락과 맞물리며 어려워져 조 단위 손실을 냈다. 이후 회사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해양플랜트 비중을 줄여 왔다.

◇ 시장은 꿈틀… 일감 확보 시험대

한화오션은 플랜트 사업 통합으로 유사·중복 업무를 정리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 운영을 효율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내부적으로도 두 사업부문 간 조율 과정에서 비효율이 적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상풍력 설치선 건조와 풍력 단지 개발은 사실상 같은 사업의 앞·뒤 공정이고, 해양플랜트와 육상 플랜트도 설계·조달·시공 방식이 유사하다"며 "적자 사업부문을 외부에 매각하기도 마땅치 않은 만큼 조직 재편으로 침체한 플랜트 사업을 다시 돌려보려는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이 조직 재정비에 속도를 내는 데엔 업황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위축됐던 글로벌 플랜트 시장은 최근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에너지 수요 증가로 분위기가 일부 살아나고 있다. 각국 정부 지원에 힘입어 해상풍력 설치선 발주도 늘고 있다.

다만 플랜트 시장에서 그동안 주춤한 한화오션이 단기간에 수주 회복과 수익성 개선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선임연구원은 "유가 급락 이후 10년 가까이 억눌렸던 플랜트 투자가 일부 살아나는 조짐은 있지만,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는 결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 단기간에 실적이 개선되는 구조는 아니다"라면서 "해양플랜트는 본질적으로 육상 플랜트와 같은 오일·가스 프로젝트에서 파생된 작업이라 두 영역을 합치는 건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한화오션이 해양·육상 플랜트 모두에서 뚜렷한 경쟁력을 보여온 것은 아니라 실제 수주가 얼마나 빠르게 쌓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엄 선임연구원은 "플랜트 사업은 체인지 오더(설계 변경 비용) 등 변수가 많아 수익성을 예측하기 어렵고, 사업이 본격적으로 돌아가려면 꾸준한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라면서 "사업 통합 후 한화오션이 얼마나 일감을 확보해 '꾸준히 돌아가는 사업'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