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산 4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한국항공우주산업(KAI)·LIG넥스원)의 올해 1~3분기 누적 수출액이 2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 30조원을 돌파하면 지난해의 3배 수준으로 훌쩍 뛰게 된다. 이미 100조원에 달하는 수주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수출 전망이 긍정적인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주요 방산 기업 총수들이 직접 중동을 찾아 '방산 세일즈'에 나서고 있어 업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각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방산 4사의 올해 1~3분기 수출액은 27조217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이들 기업의 연간 수출액(10조5342억원)과 비교하면 2.6배가량으로 불어난 것이다. 특히 3분기에만 총 16조5268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하며 앞서 반년간 쌓은 수출 실적(10조5911억원)을 한 분기 만에 뛰어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대로면 30조원은 거뜬하게 돌파할 것"이라고 했다.
방산 4사의 1~3분기 수출액을 기업별로 나눠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20조2025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간 수출액이 5조7848억원으로 전체 매출 중 35.5% 수준이었는데, 이 비율이 현재 67%까지 확대됐다. 올해 들어 K9 자주포 56문, 다연장로켓 천무 60대를 폴란드에 인도한 것이 컸다.
현대로템(064350)은 4조1951억원어치를 수출해 지난해(2조5135억원)의 1.6배를 기록 중이다. 현대로템은 2022년 폴란드로부터 K2 전차 180대를 수주했는데,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폴란드에 98대를 넘겼고, 올해 82대를 인도했다. 납품을 완료할 때마다 실적으로 잡히는 덕에 수출액이 크게 늘었다. 이 영향으로 현대로템은 올해 1~3분기 내내 사상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올해 3분기 실적이 나빠진 KAI(한국항공우주(047810))도 수출액은 3분기 1조2037억원, 누적 2조115억원으로 전년(1조4621억원) 수준을 뛰어넘었다. KAI 관계자는 "(2022~2023년에) 폴란드와 말레이시아에 초음속 경전투기 FA-50을 각각 48대, 18대씩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중 50대가량이 사업 진행률에 따라 매출로 인식되면서 수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LIG넥스원(079550)도 누적 수출액이 8088억원으로 지난해(7738억원)보다 개선됐다.
방산 4사의 수출은 당분간 탄탄대로를 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들 기업이 쌓아둔 수주 잔고가 3분기 말 기준 100조원에 달하면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인도와 3714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계약을 체결하는 등 30조9959억원어치 수주를 확보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루마니아 장갑차 사업, 미국 자주포 현대화 사업도 예정돼 있다. KAI와 LIG넥스원, 현대로템도 각각 26조2700억원, 23조4271억원, 10조7897억원 규모의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방산 관련 총수들이 이날부터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방산 세일즈'를 펼친다는 점도 업계가 기대하는 부분이다. UAE는 전 세계 국방비 지출 순위 상위 15개국 중 하나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5.2%를 국방비로 지출했다. 과거 미국, 프랑스, 영국 등에서 무기를 수입하다 최근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UAE는 중동에서 최초로 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인 천궁Ⅱ를 도입한 국가이고, 한국산 초음속 전투기인 KF-21와 K2 전차 등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유인 전투기 임무를 지원하는 자율 비행 무인기인 드론 윙맨 조달과 관련해서도 한국과 프랑스, 튀르키예 등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개막하는 중동 최대 규모 항공산업 전시회인 두바이 에어쇼에서도 정재계가 적극 세일즈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UAE를 비롯한 중동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제품을 도입하기 때문에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고, 규모도 커 후발 주자인 한국 입장에서 중요한 시장"이라며 "최근 중동 국가들이 기술 제한이 엄격한 미국, 유럽과 달리 일정 부분 기술 협력 가능성을 열어둔 한국에 좀 더 주목하고 있는데, 이 단계에서 정부가 적극 나서준다면 (수주까지) 잘 흘러갈 수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