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064350)이 철도 차량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전동차 등 한국산 철도 차량을 도입한 국가가 늘며 토대가 마련된 데다 여러 국가에서 MRO 기술 이전을 원하는 등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현대로템은 본격적으로 글로벌 MRO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는 한편, 전동차 해외 수출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17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최근 모로코 철도청(ONCF)과 철도 차량 및 정비 부품 관련 추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 2월 2조2027억원 규모의 전동차 공급 계약의 후속 조치로, MRO 사업 방식과 부품 공급 등을 다룬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로템은 지난 9월부터 모로코 전동차 제조·조립 공장을 설립하고 있는데, 현지 조립부터 MRO까지 가능토록 인프라 구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의 최고 시속 320㎞ 동력 분산식 고속차량 EMU-320. /뉴스1

MRO 사업은 전동차 판매 금액의 2~3배에 달하는 수익원이다. 미국 교통부 산하 연방철도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철도 차량 구입 가격은 차량이 폐차되기까지 투입되는 총비용 중 20~4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60~80% 금액은 정기 유지·보수와 창정비(완전 분해한 뒤 부품을 교체해 재정비)하는 비용이라고 연방철도청은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1000억원 가량의 열차 1대를 팔면 MRO 비용은 2000억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MRO 분야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철도 차량을 수입하는 국가 대다수는 차량의 제작 기술뿐만 아니라 유지 및 정비 역량도 부족하다. 이에 도입 시 유지·정비 기술의 전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이나 스페인, 독일, 프랑스 등 기술 보유국들은 기술의 유출을 우려해 이전을 거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한국 최초의 고속철 수출 사례인 우즈베키스탄과의 계약에서도 MRO 기술 이전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스페인의 고속철을 도입한 국가다. 이 고속철에 고장이 생기면 우즈베키스탄은 해당 장비를 떼어내 스페인으로 보내 수리받아야 했다. 오가는 데만 수개월이 걸리는데, 그 기간 운행은 중단돼야 했다. 이에 우즈베키스탄은 협상 과정에서 MRO 기술 이전을 제안한 한국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로템의 2층 전동차 모습. /현대로템 제공

현대로템은 기술 이전과 현지화 등을 내세우며 MRO 사업 수주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통상 철도 차량 판매 시 MRO가 기본적으로 뒤따르지만, 연장 계약을 계속 체결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우크라이나 철도청 산하 차량 운영 기관인 URSC와 2012년 첫 MRO 계약을 체결한 이후 2015·2017년에 두 차례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이 MRO 계약은 2027년까지 유지된다. 이집트와도 2019·2022년에 MRO가 포함된 전동차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앞선 수주들과 지난해 우즈베키스탄 고속철, 모로코 전동차 수출 등에 힘입어 현대로템의 레일 솔루션 부문의 매출은 올해 반등했다. 현대로템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조4705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762억원)보다 37% 증가한 수치다. 레일 솔루션 부문은 2023년 1조1424억원, 2022년 1조3849억원의 3분기 누적 매출을 기록하는 등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었다.

시장조사 업체 PRM(Persistenc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세계 철도 차량 MRO 시장은 올해 456억달러(약 67조원)에서 2032년까지 700억달러(약 103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PRM은 보고서를 통해 "철도 차량 운영자들이 차량을 지속적으로 현대화함에 따라 개량 도입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제조 업체와 제3자 MRO 공급업체 간 통합 및 제휴 등 전략이 포착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