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16일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한미 관세 협상 후속 작업에 차질이 없도록 정부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국내 투자 및 고용 활성화를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 회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267250)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068270) 회장, 여승주 한화(000880)그룹 부회장 등 기업인 7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간 협상 과정을 돌아보며 "매우 어려운 과정이었으나, 남들이 예상하지 못한 성과를 거뒀다. 방어를 아주 잘해 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향후 기업들의 대미 투자액이 늘며 상대적으로 국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자 총수들은 각 기업의 투자·고용 계획을 소개하며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은 투자 확대 및 청년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과의 상생에 더욱 노력하겠다"며 "지난 9월에 약속한 대로 향후 5년간 6만명씩을 국내에서 고용하고, 연구·개발(R&D)을 포함해 국내 시설 투자도 더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원래 2028년까지 128조원의 국내 투자를 계획했었으나 점점 투자 예상 비용이 늘고 있다"며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약 600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8000명 이상의 채용을 꾸준히 유지해 왔는데, 매년 1만4000∼2만명의 고용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은 "국내에서 향후 5년간 연간 25조원씩, 즉 2030년까지 총 125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계획했던 것보다 증가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올해 7200명이던 채용 규모를 내년 1만명으로 늘리고,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을 통한 수출량 확대도 약속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향후 5년간 100조원의 국내 투자가 계획돼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 중 60%를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기술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전했다.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은 조선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 의사를 밝히며 "우선 미국 필리조선소에 7조원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대미 투자 외에도 국내에서 조선·방산 분야에만 향후 5년간 1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부연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향후 5년간 15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분야 및 인공지능(AI) 기계로봇 사업에 8조원, 조선·해양 분야에 7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세부 계획도 함께 전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현재 스타트업들과 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를 1조원까지 규모를 키우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