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수명 연장 허가를 받은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가 실제로 가동할 수 있는 기간이 7년 2개월에 불과한 상황이 되자, 수명 연장 제도를 개선하고 기간도 20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3년 가까이 멈춰 있었던 부산 기장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는 내년 2월부터 다시 전기를 만든다. 10년 수명 연장 허가를 받았으나, 운영 만료일(2023년 4월 8일) 후 2년 7개월을 멈춰 있었고, 향후 재정비 기간 3개월을 빼면 실제 가동할 수 있는 기간은 7년 2개월에 불과하다.

14일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소 사업자인 한수원은 지난 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제224회 전체 회의를 통해 고리 2호기 계속 운전을 승인받았다. 지난 9월 25일(제222회)과 10월 23일(제223회), 두 차례에 걸쳐 고리 2호기의 계속 운전 허가가 불발된 데 이어 세 번째 회의에서 나온 결론이다.

한수원은 "현재 진행 중인 설비 개선을 완료하고 규제 기관의 정기 검사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 후 2026년 2월 재가동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고리 2호기의 계속 운전 신청 적기를 놓쳐 운영 기간 단축을 초래했다. 고리 2호기는 1983년 8월 10일 상업 운전을 시작한 가압 경수로(고온의 물을 가압해 증기를 만드는 방식) 원전이다. 40년 동안 가동하다 2023년 4월 8일 운전 허가 기간이 종료돼 가동이 정지됐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2호기(왼쪽 첫 번째) 모습/뉴스1

◇ 심사 지연에 보장 못 받은 10년... 고리 1·월성 1호기도 '잃어버린 가동 기간'

고리 2호기의 수명 만료가 가까웠던 당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기조로 정책을 운영하는 상황이다 보니 한수원은 계속 운전 여부를 따질 운영 변경 허가 신청은 물론 안전성 평가 보고서 제출도 미뤘다. 심사 신청 자체가 늦은 데다 논의 과정도 늘어지면서 고리 2호기는 2년 7개월 동안 가동을 멈춘 후에야 계속 운전 허가를 받았다.

고리 2호기 이전에 계속 운전 허가를 받았던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도 추가로 받은 10년이라는 계속 운전 기간을 보장받지 못했다. 고리 2호기처럼 운영 허가 만료일 이후에 수명 연장 허가를 받은 여파다.

한수원은 고리 1호기 수명 만료일(2007년 6월 18일) 3개월 전인 2007년 3월 2일, 운영 기간을 10년 연장해 달라고 운영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당시는 원안위 출범 전이라 고리 1호기에 대한 수명 연장 결정은 과학기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맡았다. 과학기술부가 원전 진흥과 규제를 모두 담당했기에 계속 운전 판단에 걸린 시간은 8개월로 비교적 짧았다.

그래픽=손민균

고리 1호기에 대한 계속 운전 승인이 나온 것은 신청 후 9개월 뒤인 2007년 12월 11일로, 수명 만료일을 6개월 지나서였다. 준비를 거쳐 2008년 1월 9일부터 재가동에 들어갔고, 2017년 6월 18일 영구 정지하면서 10년 연장 허가 중 재가동 일수는 9년 5개월에 불과했다. 그나마 연장 기간 10년에 가장 가깝게 운영한 사례다.

월성 1호기에 대한 계속 운전 승인(2015년 2월 27일)은 수명 만료일(2012년 11월 20일) 이후 2년 3개월이 지나서야 나왔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그해 10월 원안위가 대통령 직속 독립기구로 신설되면서 심사 논의가 늘어졌다. 원안위가 신설되면서 심사 체계와 기준이 전면 개편됐고, 기존 심사와 절차를 재검토하면서 행정 지연이 발생했다.

이마저도 4년 6개월 재가동 후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조기 폐쇄됐다.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를 축소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재판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 美·日은 20년씩 연장, 심사 중에도 가동... 韓도 제도 개선 시급

우리나라보다 상업용 원전을 10~20년씩 먼저 가동한 미국, 일본은 원전 수명 연장 주기를 20년으로 두고 있다. 미국은 최초 40년에 2회 연장(40+20+20) 시 최대 80년까지 원전을 쓸 수 있다. 일본은 주기적으로 안전성 평가를 받는 조건으로 60년(40+20+α) 이상 가동하도록 제도를 손보고 있다.

국내 원전 업계는 '수명 연장 주기 20년'을 주장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의 안전 기준에 따라 네덜란드, 헝가리 등 12국은 원전 연장 주기를 20년으로 설정한 상황이다.

계속 운전 심사 기간 원전을 멈추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심사 기간에도 원전을 계속 가동할 수 있다. 운영 허가 만료일 20년 전부터 계속 운전 신청이 가능해 충분한 심사 기간을 확보하고, 가동 중단을 방지한다.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기존 허가를 반납해 가동을 멈추도록 한다. 운전 재개일을 기준으로 연장 기간이 시작되기에 실제 재가동 일수도 20년이 된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원전들은 미국 기준이었으면 80년 운영 허가도 문제없을 정도다.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외부적 요인으로 계속 운전 심사가 늦어졌다. 고리 2호기가 재심사 3년 동안 멈춰 서면서 하루에 10억원씩 날아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