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가 과거 정·관계 중심의 '정략 결혼'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재계나 일반인과의 결혼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다.

12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올해 지정 총수가 있는 공시 대상 기업 집단(대기업 집단) 81곳 중 혼맥 분류가 가능한 380명을 조사한 결과, 오너 4~5세의 정·관계 혼맥 비율은 6.9%로 집계됐다. 오너 2세 24.1%, 오너 3세 14.1% 등과 비교하면 세대가 지날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22년 결혼한 프로골퍼 리디아 고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 정준씨./뉴스1

오너 2세 중 정·관계와 사돈을 맺은 기업은 HD현대(267250), LS(006260), SK(034730)가 대표적이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고(故) 김동조 전 외무 장관 딸인 김영명씨와 결혼했고,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은 고 이재전 전 대통령 경호실 차장의 딸인 이현주씨와 결혼했다.

반면 기업인 집안끼리 인연을 맺거나, 일반인과 결혼하는 오너들은 늘어나고 있다. 재계 집안 간 혼맥 비율은 오너 2세 34.5%에서 오너 3세 47.9%, 오너 4∼5세 46.5%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일반인 집안과 결혼한 사례도 오너 2세 29.3%에서 오너 3세 23.3%, 오너 4∼5세 37.2% 등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CEO스코어는 "과거에는 정·관계와 혼맥을 맺으면 사업에 보탬이 됐지만, 최근에는 더 큰 감시와 규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룹 간 혼맥 관계를 보면 LS그룹이 현대차(005380), OCI(456040), BGF(027410), 삼표, 사조, 범 동국제강(460860)(KISCO홀딩스) 등 가장 많은 대기업과 사돈을 맺었다.

LG(003550)GS(078930)는 각각 4개 그룹과 혼맥을 형성했다. LG는 DL(000210), 삼성전자(005930), GS, 두산(000150)과 혼맥을 형성했고, GS는 LG, 삼표, 중앙, 태광과 이어졌다. 범GS 계열로 확장하면 금호석유화학(011780), 세아와도 사돈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