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가 급감한 와중에도 국내 조선업계가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선별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사들이 올해 초 내세운 목표치 달성은 어려울 수 있으나, 전체 선박 발주량 급감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1~10월) 전 세계 수주량은 3789만CGT(Compensated Gross Tonnage·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 1392척으로 전년 동기(6649만CGT) 대비 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국내 조선소는 806만CGT(183척)를 수주했고, 전년 대비 15% 줄어든 물량을 받았다. 같은 기간 중국의 올해 누적 수주량은 52% 급감한 2239만CGT(895척)로 집계됐다.
누적 수주량은 중국이 많았지만, 한국은 몸값이 비싼 대형 선박 위주로 수주했다. 국내 조선사가 수주한 선박 1척당 평균 톤수는 5만8000CGT로, 중국(2만2000CGT)의 2.6배에 달했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향후 3년 치 일감이 쌓여 독(Dock·선박 건조 설비)이 거의 다 차 있는 상황이라, 그 이후를 대비해 선별 수주를 하고 있는 중이다.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현재까지 총 95척, 127억6000만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목표인 180억5000만달러(약 26조2000억원)의 71%를 달성한 상태다. 회사 측은 4분기에도 발주가 꾸준히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현재까지 총 64억달러(약 9조2800억원)를 수주해 올해 수주 목표치(98억달러·약 14조2200억원)의 65%를 달성했다. 상선 부문 수주 목표는 58억달러(약 8조4100억원)인데, 현재까지 56억달러(약 8조1200억원)를 수주했다.
해양 부문 수주 목표치는 40억달러(약 5조8000억원)로, 현재까지 8억달러(약 1조1600억원) 규모의 예비 작업을 수주했다. 향후 코랄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 설비(FLNG·Floating Liquefied Natural Gas), 델핀 FLNG 수주로 목표액인 4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연간 수주 목표를 공개하지 않는 한화오션(042660)은 올해 63억2000만달러(약 9조1700억원) 규모를 수주했다. 수주 잔량은 317억달러(약 46조원)에 달한다.
한화오션은 3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특수선 수출 확대, LNG 운반선 등 고수익 수주가 이어지는 만큼 4분기에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 세계 LNG 운반선 발주는 줄었으나 국내 조선사로 LNG 운반선 주문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LNG 운반선 발주 물량은 18척으로 지난해 전체 발주량이 75척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 발주된 18척은 국내 조선사가 싹쓸이했다.
LNG 운반선은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 화물창에서 액화 상태로 옮기는 극저온 기술력이 필요해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힌다. 1척당 가격은 2021년 1억8900만달러(약 2744억원)에서 지난달 2억4800만달러(약 3600억원)까지 올라 수익성도 더 좋다.
내년부터는 미국을 중심으로 LNG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연간 100척 이상의 LNG 운반선 신규 발주가 예상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프랑스 선박 중개업체 BRS(Barry Rogliano Salles)는 연례 검토 보고서에서 2034년까지 연간 5%씩 LNG 수요가 증가하고, 이를 수용하려면 LNG 운반선 241척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 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짜면서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도 줄었다"며 "마스가 프로젝트 등이 맞물리면서 조선업이 전략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