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 기업 결합에 따라 독과점 우려가 있는 10개 노선이 시장에 풀리는 가운데, 알짜 노선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관광·비즈니스 수요 덕에 안정적 운항이 가능한 인천~자카르타 노선을 우선적으로 노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미주 등 국제선과 국내선도 전략적 가치를 따져보기 위해 막판까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이행감독위원회(이하 이감위)는 이날 오후 6시 노선 재배분 신청서 접수를 마감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승인하면서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는 34개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을 10년 안에 다른 항공사에 이전하도록 했는데, 이 중 10개 노선이 시장에 나오는 것이다. 운수권은 특정 국가에 취항할 수 있는 노선 권리이고, 슬롯은 특정 시간대에 이·착륙할 수 있는 시간적 권리다. 이를 가져간 항공사는 최소 2년간 해당 노선을 운영할 수 있다.

그래픽=정서희

이번에 이전되는 10개 노선은 ▲미국 4개(인천~시애틀·인천~호놀룰루·인천~괌·부산~괌) ▲영국 1개(인천~런던) ▲인도네시아 1개(인천~자카르타) ▲국내선 4개(김포~제주·제주~김포·광주~제주·제주~광주) 등이다.

이 중 인천~호놀룰루·인천~런던 노선은 각각 에어프레미아와 영국 버진아틀란틱이 미국·영국 경쟁당국으로부터 낙점을 받았다. 국내선은 편도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국제선과 달리 같은 항로여도 출발지에 따라 노선이 구분된다. 인천~자카르타 노선은 운수권과 슬롯이 함께 묶여 나왔고, 나머지 노선은 슬롯만으로 운항이 가능하다.

LCC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단연 인천~자카르타 노선이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주 7회씩 운항 중인데, 이번에 노선을 가져가는 항공사는 주 5회 운항할 수 있다. 한 LCC 관계자는 "자카르타는 관광 수요에 현대차(005380) 등 한국 대기업들의 비즈니스 수요까지 있는 곳"이라며 "발리 등과 달리 성·비수기 없이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 노선"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LCC 관계자는 "이번에 풀리는 다른 노선들의 경우 이미 경쟁이 치열하지만, 자카르타 노선은 운수권이 있어야만 운항할 수 있어 출혈 경쟁 우려가 적다"며 "사실상 모든 LCC가 인천~자카르타 노선을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LCC들은 심사에서 각 사별 장점을 최대한 부각하기 위해 막판까지 전략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을 예로 들면, LCC가 자카르타까지 갈 수 있는 항공기인 'B737-8′만 10대를 보유해 전체 LCC 중 가장 많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 상황이 발생해도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주항공(089590), 티웨이항공(091810)이 발리에 비행기를 보내고 있는 것과 달리, 이스타항공은 아직 인도네시아 운수권이 없다는 점도 심사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다.

이외 다른 LCC는 모기업의 지원 여력 등 재무 안전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지속 운항 가능성 부문 점수를 노리고 있다. 청주·부산·제주 등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을 많이 운영하고 있는 LCC는 지방공항 활성화 기여도 부문 점수가 이번 운수권을 따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CC 관계자는 "대부분 LCC가 비슷한 조건에서 운영되고 있어 차별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략을 계속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인천~시애틀 노선이 어느 LCC에 안길지도 관심사다. 국내 LCC 중에선 에어프레미아가 미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티웨이항공이 이번 노선 확보를 통해 북미 본토에 진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티웨이항공의 장거리 노선은 주로 유럽에 집중돼 있고, 미주에서는 괌·사이판과 밴쿠버 노선만 보유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등이 유럽 좌석 공급을 늘리면서 이 지역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 티웨이항공 입장에선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한 LCC 관계자는 "인천~시애틀 노선의 경우 슬롯 확보가 크게 까다롭지 않다"며 "급하게 생각할 노선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외 인천~괌, 부산~괌 노선은 미달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노선은 최근 공급 과잉으로 기존 슬롯을 보유하고 있던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도 운항을 중단한 상황이다. 국내선의 경우 김포~제주는 주당 74회(이하 동계), 광주~제주는 주당 14회 등이 재배분 대상인데, 이들 노선은 여러 LCC가 나눠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선정 결과는 다음 달 중 국토부 심사를 거쳐 다음 달 말쯤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