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한 물량을 제때 납품해 3분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국내 주요 방산업체가 추가 물량을 신속하게 확보하면서 3분기 말 기준 총 100조원 규모의 일감을 쌓아둔 것으로 집계됐다. 방산업체는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연말 기준 수주 잔고도 역대 최대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지상 방산 분야의 수주 잔고는 31조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 잔고(32조4000억원)와 비슷한 규모다. 올해 납품 규모가 늘었음에도 K9 자주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를 인도와 중동 국가에 수출하면서 일감을 확보한 결과다. 방산물자 특성상 공개하지 않는 계약까지 고려하면, 실제 수주 잔고는 31조원을 넘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폴란드 토룬 포병사격장에서 한국이 수출한 K9 자주포가 표적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현대로템(064350)의 수주 잔고는 3분기 말 기준 29조6088억원이다. 지난 8월 폴란드와 9조원 규모의 K2 전차 2차 이행 계약을 체결하면서 방산 부문 수주 잔고는 10조여 원으로 집계됐다. 현대로템은 K2 전차의 해외 수출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LIG넥스원(079550)은 23조4271억원의 수주 잔고를 보유 중이고,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의 수주 잔고는 26조3000억원이다. 보잉, 에어버스 여객기의 동체나 날개 구조물 사업 잔고가 9조9000억원이고 필리핀 FA-50 수출 등 해외 사업 다수가 남아 있다.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이 5일 사천기지에서 취임 후 첫 지휘비행으로 KF-21 전투기에 탑승해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업계에서는 국내 방산업체가 최소 5년 치 일감은 확보한 것으로 본다. 다만 한국 방산의 주력 품목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재래식 무기인데, 방산 강국이 투자를 늘리면서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은 유지·보수·정비(MRO·Maintenance, Repair, Overhaul)나 운용 교육, 기술 이전 등 부가 사업까지 포함된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지만, 기술 개발 없이는 지금과 같은 호황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 잔고를 늘려야 회사가 성장하는데, 세계 방산 시장의 경쟁이 과열돼 녹록지 않다"며 "방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형 무기 체계나 기술 개발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