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운반선의 해상 운임이 최근 낮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선박 해체량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운 업계는 폐선이 늘면 선복량(적재 가능한 화물량) 과잉이 일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8일 해운 업계에 따르면 내년 컨테이너선 해체량은 올해 대비 1200% 늘어난 26만TEU(1TEU는 20ft 컨테이너 1개)로 추산됐다. 해체량은 향후 4년간 365만TEU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는데, 이는 전 세계 컨테이너선 선복량의 약 12%에 해당하는 양이다.

폐선을 앞둔 선박의 모습./조선DB

해상 운임이 급등했던 코로나19 시기 이후 선박 해체는 크게 줄었다. 프랑스 해운 조사 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2016년 66만4717TEU였던 선박 해체량은 2022년 1만2992TEU로 줄었다. 올해는 9월까지 8484TEU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이후 올해까지 선박 해체량은 약 49만1753TEU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해상 운임은 최근 홍해 사태 이전 수준까지 낮아졌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31일 기준 1550.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낮은 수준이다. SCFI는 2021년 10월 말 4567.28까지 올랐었다.

운임이 낮아지면서 국내 컨테이너선을 주력으로 하는 선사의 수익성 역시 악화한 상태다. HMM(011200)은 올해 상반기 847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9% 하락했고, 흥아해운(003280)도 같은 기간 26% 감소한 10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해상 운임은 9월부터 소폭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선사들이 계선(Blank Sailing·일시적 운항 중단)을 늘린 영향이다. 업계는 내년부터 대규모 폐선이 이뤄지면 해상 운임 하락 압박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2027년까지 306만TEU 규모의 신규 컨테이너선이 인도될 예정이나, 해체가 예정대로 이뤄지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외부 변수로 운임이 오르면서 효율이 떨어지는 노후선도 운용해 왔으나 운임이 지금 수준에서 횡보하면 폐선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