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안을 2018년 대비 '최소 50% 이상'으로 제시하면서 산업계 전반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철강·시멘트·석유화학·정유 등 주요 탄소 배출 업종은 "실현 불가능한 수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는 2030년까지 40%를 감축하는 게 목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6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2035년 NDC 정부안에 대한 공청회를 가졌다. 기후부는 2035년 목표 배출량을 두 가지 안으로 압축했다. 1안은 2018년 대비 목표 감축률을 50~60%, 2안은 '53~60%'로 제시했다. NDC는 다음 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뒤 유엔에 제출된다.
철강 업계는 아직 확보되지 않은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근거로 NDC를 상향했다며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NDC에는 수소환원제철로 최소 150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이 담길 전망이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의 상용화 시점은 2037년"이라며 "정부가 기술의 개발 및 상용화 시점을 감안해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공공 등 전력 발전 부분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발전 부문의 배출권 거래제 유상 할당 비율을 현재 10%에서 2030년 50%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발전사들은 탄소 배출 허용량의 10%는 구매(유상 할당)하고 있고, 90%는 무상으로 받고 있다.
유상 할당 비율이 50%로 높아지면 발전사의 비용 부담은 5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동서·서부·남동·남부·중부발전이 부담하는 배출권 비용은 현재 연간 약 1300억원에서 66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는 재생에너지 등 인프라가 부족해 기한 내 NDC 달성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발(發) 공급 과잉 여파로 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대규모 친환경 설비를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자동차와 항공업계도 환경 규제로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 업계는 정부가 제시한 '2035년 무공해차 보급 목표 840만~980만대(전체 자동차의 30~35%)'가 사실상 내연기관차 퇴출 수준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과 함께 "대규모 고용 감소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대정부 공동 건의문을 냈다.
항공업계는 정부가 지난 9월 공식화한 '지속 가능 항공유(SAF)' 도입 의무화에 긴장하고 있다. SAF는 폐식용유, 생활 폐기물 등을 원료로 한 연료다. 친환경적이지만, 일반 항공유보다 2.5배 비싸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연료비로 4조58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2조2200억원을 썼다.
정부는 2027년부터 국내 출발 항공편에 SAF를 최소 1% 이상 혼합 사용하도록 하고 2035년 1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최대 687억원, 아시아나항공은 330억원의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봤다. 이는 결국 항공 요금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현실적인 감축 여력과 산업 경쟁력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경제 성장 중심은 기업이라던 대통령의 약속이 진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