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009540)·한화오션(042660)·삼성중공업(010140))가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힘입어 3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4분기부터는 환율, 정책 변화 등 '비제조 리스크' 관리가 실적을 좌우할 전망이다.
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빅3' 조선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배로 늘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4.5% 늘어난 1조538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오션(2694억원), 삼성중공업(2381억원)도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됐다.
3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이유는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종 수주가 늘어난 덕이다. HD현대중공업의 전체 매출에서 LNG 운반선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70%, 한화오션은 약 60%를 차지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8월 LNG 운반선 6척을 2조1000억원에 수주했다.
각 조선사는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앞으로는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진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조선사들은 우선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 민감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통 조선사는 선박 수출 대금을 달러로 받기에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원화 환산 매출이 늘어난다. 리스크(위험 요인) 관리를 위해 환 헤지를 어느 정도 하고 있지만, 헤지하지 않은 부분은 환율 변동에 그대로 노출된다.
예상치 못한 공사비 증가, 일회성 비용 변동도 변수다. HD한국조선해양은 해양 플랜트 부문에서 25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한화오션은 P-79 부유식 원유 생산 저장 하역 설비(FPSO) 사고 관련 일회성 비용,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 비용 등으로 500억원을 썼다. 삼성중공업도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 비용으로 400억원을 반영했다.
각국 정부의 정책 변화로 영업 불확실성도 커졌다. 미국, 중국 정부는 자국 항만에 들어오는 상대국 선박에 항만 입항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1년 유예하기로 했으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선주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선박 주문도 줄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 기관인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 세계 누계 수주는 3264만CGT(Compensated Gross Tonnage·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로 전년 동기 6143만CGT 대비 47% 감소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조선소 내부 생산성을 높이는 게 실적을 좌우했으나, 앞으로는 외부 변수를 방어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거시 경제 환경, 정책 변화, 계약 구조 등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을 선박 가격에 얼마나 빠르게 전가하는지가 이익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