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중단한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에너지 저장 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 회사는 ESS 시장을 잡기 위해 북미 지역에 있는 단독 공장은 물론 완성차 업체와 세운 합작 공장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5일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열풍으로 북미에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늘었다"며 "재생에너지가 가진 간헐성 문제를 극복하려면 ESS가 필요하기 때문에 배터리 3사가 이를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3사는 최근 북미 지역 배터리 공장을 ESS용으로 전환하겠다고 잇달아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에 있는 공장의 전기차용 배터리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조기 양산에 돌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공장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30일 열린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방 시장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변하는 만큼 해당 공장에서 ESS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도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지은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공장을 ESS용 라인으로 전환한다. 삼성SDI는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법인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에서 전기차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북미에서 ESS용 배터리 양산을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SDI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기반 ESS 라인은 가동을 시작했고, 리튬인산철(LFP) 기반 ESS 라인은 내년 4분기부터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삼성SDI는 내년 말까지 ESS 생산 능력을 연간 30기가와트시(GWh)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테슬라와 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라 협상이 완료되면 라인 전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K온도 미국 단독 공장은 물론 포드·현대차(005380)와의 합작 공장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온은 지난 9월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인 플랫아이언에너지개발과 1GWh 규모의 ESS 계약을 체결했고, 플랫아이언에너지개발이 2030년까지 미국에서 추진하는 6.2GWh 규모의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 협상권을 확보했다.
SK온은 "ESS 공급이 확정된 1GWh부터 우선 협상권을 갖고 있는 6.2GWh, 잠재적인 공급 가능 규모인 10GWh 이상까지 커버할 수 있는 생산 규모를 라인 전환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 공장을 활용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