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전 세계 선박 신조(新造·새로 만듦)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중형 조선사가 긴장하고 있다. 해운 업황 부진과 국제해사기구(IMO·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의 탄소 배출 규제 유예 등으로 선박 수요도 줄어든 상황이다.
4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내년 전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3500만CGT(Compensated Gross Tonnage·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로 올해 추정치 대비 14.6%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발주량은 전년 대비 45.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내년엔 더 줄어드는 것이다.
국내 조선사의 올해 수주량은 약 950만CGT로 전년 대비 12.5%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내년 수주 전망치는 약 900만CGT다. 지난해 중형 조선사의 수주량은 80만CGT였는데, 올해와 내년에는 60만CGT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는 해운 업황 악화와 IMO 규제 유예 등의 영향으로 신조 시장이 위축됐다고 본다. IMO 규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반대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벌크선 운임 지수인 KDCI는 2023년 2만6779를 기록했으나, 지난달 30일엔 1만9951로 떨어졌다.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 역시 코로나19 시기엔 5109까지 올랐으나 지난달 24일엔 1403까지 내렸다.
신조 발주가 줄면 중형 조선사가 먼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국내 대형 조선사는 3년 치 일감을 확보한 반면, 중형 조선사는 2년 안팎의 일감만 확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중형 조선사는 미국무역대표부(USTR·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의 중국 선박 입항 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선박을 주력으로 만들어 미 규제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미국은 4000TEU 이하 컨테이너선과 5만5000DWT 이하 벌크선에는 중국 선박이라도 입항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통상 2년 이상의 일감이 확보돼야 안정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며 "국내 중형 조선사들이 2년 안팎의 일감을 확보한 수준이라 내년에 발주가 줄어들면 경영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내 중형 조선사가 만드는 선박은 중국 업체에 비해 품질 경쟁력이 있어 선수금 환급 보증(RG·Refund Guarantee)을 충분히 발급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