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가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을 방문했을 때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임직원은 붉은색 꽃 모양의 배지를 왼쪽 가슴에 달았다. 이 배지는 김 부회장의 지시로 캐나다 현지에서 공수됐다.

양귀비꽃 배지는 캐나다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 11월 11일을 기리는 '추모의 날(Remembrance Day)'의 상징이다. 이날은 한국의 현충일과 비슷하다. 당시 전쟁에 참여했던 영국, 미국, 프랑스, 호주 등도 양귀비꽃 배지를 부착한다.

김동관(앞줄 가운데) 한화그룹 부회장이 한화오션 블록 조립공장을 방문한 마크 카니(앞줄 맨왼쪽) 캐나다 총리를 안내하고 있다. 한화 임직원은 왼쪽 가슴에 양귀비꽃 배지를 부착했다./한화 제공

캐나다에선 많은 사람이 10월 말부터 11월 11일까지인 보훈 주간에 양귀비꽃 배지를 부착한다. 양귀비 배지 구매 수익금은 캐나다 퇴역 군인회에 기부되어 군인들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된다.

1차 세계대전에 군의관으로 참전했던 캐나다인 존 매크레는 8만7000명이 전사한 벨기에 플랑드르 격전지를 둘러보던 중 들판에 피어 있는 양귀비꽃을 보며 추모시를 썼다. 이 시를 읽고 감동한 영국 시인 모이나 벨 마이클이 양귀비꽃을 상징으로 하는 추모 캠페인에 나섰고 이후 참전국 재향군인회 등이 동참하면서 1922년부터 양귀비꽃이 추모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됐다.

배지 아래에는 'Lest we forget(우리가 잊지 않도록)'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캐나다는 6·25전쟁 당시 2만6791명을 파병하기도 했는데, 당시 조선소를 방문했던 캐나다 정부 인사들은 한화 측의 배지를 보고 감사함을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귀비꽃 배지 /조선DB

한화는 캐나다 방문단을 위한 안전모도 특별 제작했다. 안전모 양쪽에는 태극기와 캐나다 국기가 그려져 있다. 김 부회장이 캐나다 총리와 방문단을 위해 디테일까지 신경 쓴 것은 잠수함 프로젝트 때문이다. 캐나다 정부는 최대 60조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한국의 한화오션과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ThyssenKrupp Marine Systems)가 최종 후보에 올랐다. 캐나다 정부는 최종 납기·현지화·안보 효과 등을 평가한 뒤 1년 내 사업자를 확정할 전망이다. 이날 행사에는 카니 총리를 비롯해, 데이비드 맥귄티 캐나다 국방부 장관, 필립 라포튠 주한 캐나다 대사 등이 참석했다. 한화오션은 이들을 위해 헬기를 준비하기도 했다.

마크 카니(왼쪽) 캐나다 총리와 김동관(오른쪽) 한화그룹 부회장이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시찰하고 있다. 안전모에는 태극기와 캐나다 국기가 새겨져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