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2년 넘게 표류 중인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차기구축함(KDDX·Korea Destroyer Next Generation) 사업의 사업자 선정 방식을 또 논의한다. KDDX 사업 방식에 대한 안건 상정은 이번이 네 번째다. 업계에서는 방사청장 교체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 이번에도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이달 14일 예정된 제132회 방위사업기획관리 분과위원회(분과위)에서 ▲KDDX 상세 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 ▲해양정보합-III 탑재 장비 5종 체계개발 기본계획 등 6개 내외의 안건을 논의한다. 군과 민간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분과위에서 심의가 이뤄진 안건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 의결된다.
사업의 개념 설계를 맡은 한화오션(042660)과 기본 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329180)은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을 놓고 2년 가까이 경쟁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 이래 진행된 19번의 함정 사업에서 한 번을 제외하고 기본 설계를 했던 업체가 상세 설계와 선도함 수의계약을 해왔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기술 유출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니 경쟁 입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방사청 국정감사에서는 두 업체가 공동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8년 방사청 의결을 거친 KDDX 사업 추진 기본 전략에는 '기본 설계를 수행한 업체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상세 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하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를 근거로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석종건 방사청장은 지난달 17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며 "방사청이나 국방부는 군기법 위반과 복수의 방산 업체 지정이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의계약이 기본 전략에 있는 만큼 수의계약 외의 선택을 하려면 해당 규정부터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며 "어떤 결정이라도 빠르게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쟁 입찰을 주장하는 측은 HD현대중공업의 기술 유출을 문제 삼는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HD현대중공업은 기술 절취로 유죄를 받았다. 관성에 의한 정책은 안 된다"고 말했다. 방사청은 올해 11월까지였던 HD현대중공업의 보안 사고에 대한 보안 감점 기간을 내년 12월로 최근 연장했다. 방산 입찰은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기 때문에 경쟁 입찰을 하면 한화오션이 유리해진다.
제3의 안인 공동 수급 계약(상생안) 가능성도 최근 언급된다. 두 업체가 물량을 나눠서 만드는 식이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세 안이 모두 가능하다. 공동 설계·공동 발주 선례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방안"이라며 "현재 해군 참모총장이 우려를 표할 만큼 전력화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이고 해군 함정이 부족해 정비도 못 받는 상황이다. 어떤 결정이든 빠르게 내려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분과위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방사청장 교체가 유력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정치 논리에 계속 갇힌다면 사업이 장기 표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사업 추진 방안은 확정된 게 없다. 빠른 시일 내에 분과위원회 논의를 거쳐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