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한국형 전투기 KF-21에 장착할 장거리 공대공(空對空·공중에서 공중으로 발사) 유도탄의 국내 개발을 공식화하면서 올해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을 전면에 내세운 LIG넥스원(079550)과 유도탄 시제품(설계도를 실물로 구현한 것)의 체계 종합을 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에어로)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사업의 입찰 공고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사업 예산이 확보된 만큼, 업계에서는 내년 초 공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사청은 지난 9월 제171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의 체계 개발 업체를 일반경쟁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항공기 체계 통합은 KF-21의 제작 업체인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 맡는다.
LIG넥스원은 올해 아덱스에서 장거리 공대지(空對地·공중에서 지상으로 발사), 단거리 공대공 유도탄과 함께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의 1대 1 비율 모형을 전시했다. 지상·해상에서 발사하는 유도탄을 모두 개발하고 전력화도 된 만큼 공중 발사 유도탄으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의미다. LIG넥스원은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와 함대공(艦對空·함정에서 공중으로 발사) 유도무기 해궁 등을 개발한 바 있다.
현대로템(064350)도 올해 아덱스에서 덕티드 램제트 엔진과 극초음속 램제트 엔진의 모형을 처음 공개했다. 덕티드 램제트 엔진은 대기 중 공기를 빨아들인 뒤 연소해 추진력을 얻는 엔진으로, 기체 구조에 따라 흡입하는 공기의 양이 달라진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덕티드 램제트 엔진을 탑재한 유도탄을 구상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일반 램제트 엔진보다 더 높은 성능을 내는 극초음속 이중 램제트 엔진 모형도 전시했다. 지상 무기 중심에서 벗어나 항공우주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LIG넥스원과 현대로템은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의 시제품 과제 중 기체 구조 및 추진 기관 제작을 수주해 협업하고 있다.
유도탄 모형을 전시한 LIG넥스원이 체계 종합을, 엔진을 공개한 현대로템이 추진 기관 수주를 노리고 있다는 게 방산업계의 관측이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중 플랫폼에 탑재되는 유도무기는 유도탄 제작 기술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이미 각종 유도무기를 개발해 온 한화와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와 한화시스템(272210)도 올해 아덱스에서 공대공 유도탄 모형을 전시했다. 또 KF-21에 탑재되는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 실물도 선보였다. 한화시스템은 AESA 레이더가 탐지·추적 명령을 KF-21의 데이터링크 장비에 전달하면, 데이터링크 장비가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에 부착된 씨커(Seeker)에 하달하는 형태로 개발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시제품의 씨커 제작 사업을 수주했고, 한화에어로는 각 업체가 제작한 시제품을 통합하는 체계통합을 담당한다.
군은 내년부터 2033년까지 총 7535억원을 들여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의 체계개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후 2035년부터는 1조1471억원을 들여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