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은 중국과 경쟁하는 저품질 제품은 생산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수소환원제철 지원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철강 업계는 중국발(發)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업계에선 정부가 내놓을 정책이 철강 업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석유화학처럼 감산 중심의 구조 조정을 철강 업계에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신 중국이 따라잡기 힘든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고 장기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는 것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통상부는 올해 초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한국 철강업계가 살아날 방법을 찾아 나섰다. 산업통상부가 다음 달 초 내놓을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은 TF가 내놓은 진단을 기반으로 한다.
철강 업계에선 범용 제품인 철근·형강의 경우 정부가 품질 기준을 향상해 원가 경쟁력을 가진 기업만 살아남는 구조를 만들 것으로 본다. 현대제철(004020)과 동국제강(460860)이 1·2위를 점하고 있는 철근 시장은 중국산 저가 철근 유입과 건설 경기 불황으로 어려운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 8곳이 만드는 철근은 1230만톤(t) 정도로, 올해 수요(650만t)보다 많다"며 "품질 기준을 상향하면 규모가 작은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F는 철강 산업 구조조정 방향으로 '선(先) 제품 고도화, 후(後) 감산·통폐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산이 넘쳐나는 철근·형강·후판·강판은 품질을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제품들은 중국산과 품질 차이가 점점 좁혀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중국 철강 업계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자동차용 전기강판, 조선·에너지용 니켈강과 같은 고부가가치 철강을 만들고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는 작업을 지원하는 데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관계 부처는 지난 8월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에 철강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위한 수소환원제철과 인공지능 활용 제조 공정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해 철강 산업 고도화에 나서기로 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초혁신 경제 15대 프로젝트'에 특수 탄소강을 선정해 관련 기술 및 제품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고부가가치 철강 생산 확대, 수소환원제철은 국회에서 지난 8월 발의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 철강 기술 전환 특별법', 이른바 'K스틸법'과도 궤를 같이한다. K스틸법에는 녹색 철강 기술 R&D, 녹색 철강 특구 지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철강 업계에선 미국이 수입산 철강에 부과한 50% 관세를 유지하고 유럽연합(EU)도 철강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높이기로 한 상황이라 정부의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이 실효성 없는 선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 환원 제철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반면 상당한 투자비가 필요한데, 철강 대책이 친환경에 맞춰진다면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중국산 철강 수입을 규제하고 미국 정부처럼 매년 반덤핑 조사를 하지 않는 한 철강 업계에 도움이 되는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