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자국 통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이 없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늘면, 달러 지배력이 커져 각국의 통화 주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마이클 케이시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미디어랩 디지털화폐 이니셔티브 수석고문은 30일 경주에서 열린 '퓨처테크포럼: 디지털자산'에서 '스테이블코인, 인공지능(AI) 그리고 프로그래머블 화폐'라는 주제로 한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퓨처테크포럼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의 공식 부대행사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주최했다.
케이시 고문은 "금융시스템은 오랫동안 은행을 중심으로 유지됐지만, 이제는 더 나은 대안이 필요하다. 국제 결제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구조가 됐다"며 "블록체인은 수학적 증명과 투명한 시스템을 통해 신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대기 중 묶여 있던 자본을 즉시 활용할 수 있게 해 경제성장과 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없으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늘어나 달러 지배력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각국 통화 주권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전 세계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에 종속되는 현재의 '브레턴우즈 2.0' 체제가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시 고문은 이런 흐름을 막기 위해 각국이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검토하는 것은 통화 주권을 지키면서 디지털 전환에 대비하는 올바른 방향"이라며 "소수의 플랫폼이 기술을 독점하면 전체주의적 디스토피아가 될 수 있다. 각국이 협력해 민간 주도의 블록체인 시스템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