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현대차(005380)그룹 부회장이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글로벌 수소 생태계를 확대하는 데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29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로 한숨을 돌린 현대차그룹은 장 부회장 주도로 주력 신사업인 수소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장 부회장은 이날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APEC CEO 서밋 '수소, 모빌리티를 넘어 모두를 위한 차세대 에너지로' 세션에서 "글로벌 에너지 지형이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수소는 그 변화의 핵심이 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해 수소 기반 미래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이 30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경영자(CEO) 서밋(Summit)에서 '수소, 모빌리티를 넘어 모두를 위한 차세대 에너지로'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세션은 금한승 기후에너지환경부 1차관의 기조연설 후 장 부회장과 이바나 제멜코바 수소위원회 최고경영자(CEO)의 대담으로 진행됐다. 수소위원회는 지난 2017년 설립된 수소 경제 관련 글로벌 CEO 협의체다.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에서 수소 경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1998년 수소 관련 연구·개발(R&D) 전담 조직을 출범한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대형 수소전기트럭을 개발하는 등 여러 성과를 냈다. 현대차의 수소전기 승용차 넥쏘는 올 들어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4168대로 전년 동기 대비 73.1% 증가했다. 현대차는 이번 경주 APEC CEO 서밋에서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수소를 주제로 단독 세션을 진행했다.

장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수소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수소위원회 공동 의장으로 선임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수소의 저변 확대와 경제성 확보 등에 앞장서 왔다. 그는 이날 울산에서 열린 수소연료전지 신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후 경주로 이동해 세션에 참석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수소 경제 투자 규모가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 들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고율 관세를 부과받아 실적 부진에 빠졌지만, 협상 타결로 리스크(위험 요인)를 해소한 만큼 다시 수소에 집중할 동력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수소 사업을 추가로 명시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데이'에서는 넥쏘에 이은 차세대 수소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는 30일 울산 수소연료전지 신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장재훈(왼쪽 여섯 번째) 부회장은 오전에 기공식을 진행한 후 경주로 이동해 세션에 참석했다./연합뉴스

장 부회장은 세션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수소의 활용 범위를 넓힐수록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이 수소 시장을 선점하려면 기업, 정부, 정치권, 지방자치단체가 뭉쳐야 하고 일본과도 국가 차원의 협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부회장은 "수소는 모빌리티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장점이 있어 많은 나라와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려고 한다"며 "현대차그룹 역시 운송과 함께 생산, 유통, 저장, 활용까지 전체를 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자동차 외에 선박, 농기계 등 여러 분야에서 수소를 많이 써야 규모가 커지고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과의 협업은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도요타와는 수소의 공용화와 표준 등에서 협력이 진행 중"이라며 "정부 차원의 협업도 잘 이뤄지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수소 시장도 주도하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국가 간의 협업도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