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완제기 생산 업체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해군 고등 훈련기 교체 사업(UJTS·Undergraduate Jet Training System) 수주를 노리고 있다. KAI는 TF-50 기종으로 처음 미국 전투기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TF-50은 KAI FA-50의 개량형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UJTS 사업은 올해 4분기 입찰 제안 요청서(RFP·Request For Proposal) 접수를 시작으로 내년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이 예정돼 있다. KAI와 록히드마틴 외에도 보잉(미국)-사브(스웨덴) 컨소시엄, 텍스트론(미국)-레오나르도(이탈리아) 컨소시엄이 참여한다. 계약 일정은 2028년에서 2027년으로 1년 당겨졌다.

고등 훈련기는 전투기 조종사가 비행 훈련을 위해 탑승하는 비행기로 초·중등 훈련기와 달리 고속 비행이 가능하다. 미 해군의 고등 훈련기는 1991년 도입한 T-45 기종이다. 기체가 낡아 추락 사고가 발생했고 지난 3월에는 엔진 문제로 비행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미국 록히드 마틴-한국항공우주산업(KAI) 컨소시엄의 TF-50 기체. /조선DB

미국이 빠른 납품을 원하는 점은 KAI에 유리하다. 2018년 미국 공군 고등 훈련기 교체 사업에서 KAI를 제치고 선정된 보잉은 납품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KAI 컨소시엄의 TF-50 기종은 7개 국에서 250대 이상 운용하며 검증을 마친 기종이기도 하다.

보잉은 2022년까지 T-7A 기종의 개발을 완료한 후 2024년에 초기 작전 능력(IOC·Initial Operational Capability)를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IOC 단계가 2027년 봄까지 연기됐다. 업계는 기술적인 이유로 안정성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고 있다. 2034년으로 예정됐던 완전 작전 능력(FOC·Full Operational Capability) 확보도 자연스레 뒤로 밀렸다.

해군 훈련기도 노리는 보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좋아하는 기업이라는 게 최대 강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기도 보잉 기종(747)이며, 보잉은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보잉은 입찰 가격도 낮게 써내는데, 2018년 공군 훈련기 교체 사업은 예정가 163억달러(약 18조원)의 절반 수준인 92억달러(약 10조2000억원)에 낙찰받았다.

2023년 4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제11차 서플라이어 심포지엄에서 록히드마틴 관계자가 T-50 수출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KAI 제공

최소 145대, 최대 220여 대의 신규 훈련기를 도입하는 이번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12월에 공개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KAI의 수주 가능성이 예전보다 높다는 분위기지만, 워낙 변수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KAI·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이 미국 훈련기 사업을 수주하면 다른 사업 수주 가능성도 높아져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KAI는 훈련기 사업 수주의 파급 효과를 수출 규모 1300대, 최대 340조원 규모로 추정한 바 있다.